태광그룹 광화문 사옥 전경. 연합뉴스범죄 첩보 등 민감한 수사 정보를 다루는 경찰청 범죄정보과 출신 경찰관이 퇴직 후 두 달도 안 돼 태광그룹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한 달 사이 태광그룹의 경찰 출신 인사 영입은 파악된 것만 이번이 두 번째다.
최근 들어 경찰 뿐 아니라 검찰 출신 인사들도 폭넓게 채용한 태광그룹은 내부 감사 역량 강화 차원의 영입이라는 입장이지만, 수사 주체인 경찰 내부에선 그 적절성을 두고 비판도 나온다.
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14년 서울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 2020년 경찰청 범죄정보과를 거쳐 최근 3월까지 서울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한 전직 경찰(경정) A씨는 전날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인 흥국화재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실제로는 태광그룹 경영협의회에서 감사 업무를 맡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에도 태광그룹은 경찰 내에서 경제범죄특별수사대를 지휘했던 전직 경찰(경정) B씨를 경영협의회 감사 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경찰 출신 인사들의 기업행(行)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지만, 태광그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은 계열사를 동원해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고 공사비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월 업무상 배임, 횡령 혐의 등으로 이 전 회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작년에는 해당 혐의 입증을 위해 여러 차례 관계자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태광그룹은 경찰 출신 인사 뿐 아니라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찰 출신 인사들도 최근 두 달 사이 적극 영입했다. 검사장 출신인 인사가 금융계열사 사외이사로 영입됐고, 재경지검에서 금융범죄 수사를 다룬 검찰 고위급 인사도 지난달부터 태광 계열사 법률자문을 맡게 됐다.
황진환 기자잇따른 수사기관 출신 인사, 특히 경찰 출신 인사 영입을 놓고 그룹 수사 주체인 경찰 조직 내부의 한 관계자는 "태광 차원에서 수사 정보를 모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경찰 출신 인사들의 기업 취업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어떤 업무를 할 것인가에 대해선 민감하게 바라보게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태광그룹은 수사기관 출신 인사 영입이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룹 관계자는 "내부 비위행위에 대한 감사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영입한 것"이라며 "그간 내부 감사를 법무법인에 맡겼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서, 전문성 있는 인사들로 감사를 제대로 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광그룹은 이달 새로 영입된 A씨에 앞서 B씨 영입 문제를 두고 적절성 논란이 일자 보도자료를 내고 "감사조직이 내부의 부정과 비리를 감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힌 바 있다.
A씨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관 업무가 아니라 감사 업무를 하는 것"이라며 "(과거 업무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한편 최근 경찰에선 남구준 전 국가수사본부장이 퇴임 직후인 3월, '사교육 카르텔' 관련 수사를 받는 대형 입시학원인 메가스터디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적절성 논란이 일어 스스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