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가 도비를 신청한 승주읍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독자 제공 전남 순천시가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를 위해 전남도가 내려보낸 도비 보조금을 다른 사업으로 변경해 사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도마에 올랐다.
9일 순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도에서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세 곳에 대한 안전시설물 공사비 5억 원을 교부 받았다.
이 예산은 지난해 11월 김영록 지사가 순천을 찾아 진행한 도민과의 대화에서 순천시의 건의에 따라 이뤄졌다. 시는 승주읍 유평리 산119-4, 산133-7, 남강리 산66-8 등 총 3곳이 보수보강이 필요하다고 보고 사업비를 신청했다.
당시 시는 각종 개발사업 및 기후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재해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정비하고 시민의 생명과 재산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보조금이 내려온 지 한 달만인 지난 1월, 순천시가 순천만 용산 탐조대 신축 사업비로 변경 신청해 사용한 것이다.
순천만 용산 탐조대 신축사업은 노후화로 폐쇄된 탐조대를 철거하고 신축한다는 내용이다. 사업비는 총 20억 원(국비 14억 원, 지방비 6억 원)으로 지방비에 붕괴위험지역 공사비 5억 원이 포함됐다. 탐조대 신축사업은 다음달 착공, 내년 6월 완공될 예정이다.
순천시가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정비사업서와 사업비 변경 승인 공문. 독자 제공 그러나 일각에서는 산사태와 같은 재해가 우려되는 붕괴위험지역 정비 예산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암석 붕괴, 사면 토사 등으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 발생 위험이 있어 최대한 빠른 보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붕괴위험지역은 법적으로 지정된 위험이 예견되는 지역이다.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붕괴·낙석 등으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의 피해가 우려되는 급경사지와 그 주변토지로서 재해위험도 평가와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지정·고시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도비를 신청한 붕괴위험지역 두 곳은 선암사~상사호를 오가는 도로에 인접해 있어 붕괴로 인한 차량, 인명 피해가 예견되는 곳이기도 하다.
사업비 변경에 대해 제보자 A씨는 "주민 안전을 위한 사업비의 목적을 변경해 사용한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더욱이 장마철도 다가오는데 급경사지 보수비를 사용한 걸 보면 안전불감증이 여전히 만연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순천시는 사업비 변경으로 추진하지 못한 붕괴위험지역 정비는 추경(추가 경정 예산)을 통해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순천만 탐조대가 안전점검 결과 D등급이 나와 철거와 신축을 해야했는데 예산이 없어서 사업비를 변경 신청해 사용했다"며 "보수가 필요한 붕괴위험지역 정비는 이번 회기 추경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