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이현세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현세의 길: K-웹툰 시작의 전설 특별전' 기자설명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AI로 인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수천 명의 보조작가를 갖게 되는 셈이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어떤 질감과 입체감을 넣을까 하는 사고는 작가의 몫이다."
'공포의 외인구단'(1983), '아마게돈'(1988) 등의 성공으로 한국 대표 만화가로 꼽히는 이현세(68) 작가는 9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현세의 길: K-웹툰 전설의 시작 특별전' 개막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작가는 웹툰 스튜디오 재담미디어, 세종대 등과 함께 생성형 AI에 45년 동안 창작해온 자신의 작품 4174권을 학습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작품을 리메이크, 오마주하거나 오리지널 작품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AI가 이현세 화풍을 학습해서 만화를 그려내는 프로젝트는 올해 말이면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좀 더 걸렸으면 좋겠다. AI가 너무 빨리 (인간의 기술을) 따라오는 게 약간 화가 난다"며 웃었다.
이번 특별전에도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AI 라이브 드로잉 체험 공간이 마련됐다. 로봇 얼굴이 마주한 관객의 얼굴을 찍고 분석한 뒤, 이와 연결된 펜을 쥔 로봇 손이 직접 이현세 스타일로 캐리커처를 그려 나간다. 그림 작업에 약 2분 정도가 소요된다.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현세의 길: K-웹툰 시작의 전설 특별전'에서 GPT 탑재 인공지능 예술가 로봇이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급성장하고 있는 웹툰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업계와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만화에는 상업주의와 작가주의 모두 중요하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상업주의 작품이 많아지면서 독자들이 질리고, 그러다가 콘텐츠 자체가 죽어가는 것"이라며 "작가주의 작품에서 상업작가들도 영감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앞으로 한국 웹툰의 미래는 큰 플랫폼이나 정부에서 작가주의 성향 작가에게 투자를 얼마나 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지금도 웹툰을 연재하는 동시에 AI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최근에는 곽경택 감독과 OTT(동영상 스트리밍) 영상, 웹툰을 동시에 만드는 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여전히 만화 프로젝트에 열정적인 이유에 대해 그는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있다. '이건 뭐지?' '왜지?'라는 질문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작품 '명품시대'에는 '까치'처럼 반항적인 캐릭터가 등장할 예정이지만 기존의 '까치'와는 조금 다를 것이라고도 했다. 노란색으로 물들인 삐쭉한 머리의 캐릭터에 이름도 '까치'가 아닐 것이지만, 아직 미정이라고 귀띰했다. '명품시대' 다음에는 '블루엔젤'을 다시 리부트 할 계획이다.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현세의 길: K-웹툰 시작의 전설 특별전' 기자설명회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특별전시는 국립중앙도서관이 이현세 디지털 컬렉션을 최초로 구축한 것을 계기로 열렸다.
1974년 만화계 입문부터 AI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현재까지 이현세 작가의 여정이 올곧이 담겼다. '공포의 외인구단' 원화 120여점과 작가의 화판, 서재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체험존'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라이브 드로잉 'AI×이현세', 'AI 로봇 캐리커처'를 체험할 수 있다. 전시기간 본관 1층 로비에는 1980년대 만화방이 재현된다. 전시는 7월 31일까지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