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대통령실 제공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 야후 사태가 이상하다. 일본 정부는 총무성이 직접 나서 지분관계에 대한 압력을 넣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오히려 일본 정부를 돕는 모양새이니 더욱 그렇다. 외교부는 일본 총무성의 입장을 전달해준다며 서울의 한 언론사 기자를 연결해주었다. 도쿄 한국특파원단이 거절한 인터뷰를 외교부가 섭외해주었다는 것이다. 지분 매각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해명이었다.
일본 총무상은 이달 초 라인야후 사장을 불러 통신비밀 누설을 지적하며 한국 네이버와의 자본관계 수정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서를 전달했다. 자본관계 수정이란 말이 지분 정리를 하라는 말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네이버는 라인 야후의 모회사인 A홀딩스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데 나머지 50%는 소프트뱅크가 가지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강도현 과기부 차관은 지난 10일 "일본 정부는 행정지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표현이 없다고 확인했습니다만 우리 기업에게 지분매각 압박으로 인식되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자본관계 수정은 "지분을 매각하라"는 표현이 아니라는 설명인데 왜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의 입장을 해명해줘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외교부와 과기부가 일본 내각 소속처럼 행동해선 안된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의 라인야후 지배에 관한 사항은 국제투자자 관점에서 기업들 간 절차에 따라 해결하면 되는 문제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이 문제에 먼저 개입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네이버 노조는 "한국기업이 해외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기술을 탈취 당하고, 한국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단호하게 대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50% 지분 중 일부라도 소프트뱅크에 넘어가게 되면 2500여명의 대한민국 노동자인 라인 구성원들이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소속으로 고용 불안을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부터 경제안보를 강조해왔다. 올 1월에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3차장실을 신설했다. 또 외교부에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없애는 대신 외교전략정보본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경제안보를 중시하는 방향은 맞다. 그러나 해외에서 제대로 된 외국인 투자자 대우를 받지 못하는 국내 기업 상황에 제대로 된 대응을 보여주지 못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와는 서로 충분히 신뢰한다고 밝혔다. 라인야후 사태는 한일 간 통상 분쟁 문제로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개입한 순간, 정부도 사기업간 거래 문제로 더는 지켜볼 수 없는 문제가 됐다. 국익이 걸려있을 뿐만아니라 지분 정리에 따라선 근로자들의 이익에도 커다란 영향이 미치게 된다. 일본 정부의 반시장적 조치를 보고도 방치한다면 그런 기울어진 한일관계를 지지할 국민은 없다. 정상 간 신뢰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