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접촉 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33)씨를 둘러싸고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음주 운전 의혹에 더해 운전자 바꿔치기를 비롯한 소속사 차원의 조직적 사건 은폐 의혹까지 불거졌다.
소속사는 김씨가 음주운전과 운전자 바꿔치기와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사건 은폐 시도 정황이 드러난 상황이어서 물음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경찰은 김씨의 자택은 물론 소속사 사무실과 소속사 대표 자택 등을 폭넓게 압수수색했다.
음주 운전 의혹 부인하지만…측정 회피 의혹 여전
서울 강남경찰서는 16일 오후 6시 35분쯤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압수수색은 김씨의 자택,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소속사 대표 자택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김씨가 음주운전을 했는지 따져볼 계획이다. 김씨 측은 음주운전은 안 했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사고 당일 김씨의 행적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김씨는 9일 유흥주점에 갔으며, 당일 사고 직후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경기 구리시에 있는 한 호텔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김씨에게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그는 사고 발생 약 17시간 뒤인 10일에서야 늑장 출석했다. 이미 술이 깬 상태로 음주 측정을 회피했다고 의심되는 대목이다.
특히 김씨 측 관계자가 사고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현장에서 제거했다는 점도 음주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결국 경찰이 강제수사에 나섰지만 당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증거인 메모리 카드는 폐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적 사건 은폐 의혹까지 일파만파…김호중, 은폐 주도했나?
연합뉴스김씨 매니저의 '허위 자수' 과정도 경찰의 주요 수사 포인트로 꼽힌다. 사고 당시 김씨의 매니저 A씨가 경찰서에 방문해 김씨 대신 차량을 운전했다고 허위 자수를 했고, 이 과정에 김씨 소속사 대표인 이광득씨가 개입했다고 직접 밝혔다. 조직적 사건 은폐 의혹까지 불거진 배경이다.
김씨의 소속사 대표인 이광득 씨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자수한 것으로 알려진 매니저 A씨에게 김호중의 옷을 꼭 뺏어서 바꿔 입고 대신 일처리를 해달라고 소속사 대표인 제가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매니저 B씨가 본인의 판단으로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먼저 제거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고만 냈을 뿐, 나머지는 본인을 비롯한 소속사 관계자들의 책임이라는 취지다.
이씨가 발표한 입장문만 보더라도 은폐 가담자는 이씨와 매니저 2명까지 총 3명이다. 사실이라면 매니저들과 이씨에게는 범인 도피·범인 도피 교사 혐의 등이 적용된다.
이씨는 김호중씨의 음주운전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김호중은 고양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사건 은폐 시도 자체를 이미 시인한 터라 신빙성을 얻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군다나 소속사는 1차 입장문에선 "(사고) 상황을 알게 된 매니저가 본인이 처리하겠다며 경찰서로 찾아가 본인이 운전했다고 자수했다'며 매니저가 자체 판단에 따라 허위 자수를 한 것처럼 발표했지만, 2차 입장문에선 소속사 대표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사실상 말을 바꿨다.
특히 김씨가 사고 직후 매니저 A씨에게 직접 전화해 경찰서 대리 출석을 부탁했다는 의혹도 있어 '누가 매니저의 허위 자수를 주도했느냐'는 이 사건의 핵심 물음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경찰은 향후 압수물 분석을 통해 음주·조직적 사건 은폐라는 두 갈래 주요 의혹을 확인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김씨에게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 뿐 아니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도 추가 적용해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