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에서 열린 국립5·18민주화운동 정부기념식을 마치고 5·18 당시와 이후 숨진 희생자들의 묘소를 참배했다.
윤 대통령은 헌혈을 마치고 귀가하다 계엄군의 흉탄에 숨진 박금희 열사, 독립유공자이자 6·25 전쟁 참전 유공자로 1980년 당시 항거한 김용근 열사, 광주공원 경계근무를 하던 가운데 연행돼 고초를 겪고 숨진 시민군 한강운 열사의 묘소를 찾았다.
박 열사는 5·18 당시 부상당한 시민들을 위해 헌혈 운동에 동참하고 귀가하던 중 계엄군의 흉탄에 목숨을 잃었다. 김 열사는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지명수배된 제자들을 집에 숨겨줬다는 이유로 체포돼 6개월 동안 고문을 당했으며 후유증으로 1985년 세상을 떠났다.
한 열사는 5·18 당시 시민들에게 시위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자신의 화물차를 이용해 시위대를 도청으로 이송했다. 1980년 5월 27일 한 열사는 사직공원에서 총을 들고 경계근무를 서던 중 연행돼 고초를 겪었다. 석방 이후에도 수색과 감시에 시달리다 2002년 숨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지금 대한민국은 광주가 흘린 피와 눈물 위에 서있다"며 "그날의 아픔을 가슴에 묻고 묵묵히 오월의 정신을 이어오신 5·18 유공자와 유가족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참배하고 있다. 박성은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도 기념식이 끝난 뒤 참배를 이어갔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월 영령들에게 헌화와 묵념을 한 뒤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약한 윤상원 열사의 묘소를 찾았다. 이재명 대표는 무릎을 꿇고 윤 열사의 비석을 닦은 뒤 일어나 묵념으로 고인의 넋을 기렸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후 박현숙 열사의 묘역으로 이동해 참배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묘역 앞에서 주남마을 버스 총격 생존자로 알려진 홍금숙씨를 만나 당시 있었던 일들에 관한 설명을 듣고 손을 쓰다듬으며 위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현숙 열사는 도청에서 시신을 닦는 일을 하다 시신을 담을 관을 구하러 화순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고, 지원동 주남마을을 지나던 버스에 타 있던 박 열사는 매복해 있던 계엄군에 총상을 입고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오후 민주당 지도부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이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이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성은 기자민주당 지도부는 이후 민주의 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폭력의 처참한 역사와 그에 저항했던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될 처참한 사태의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요원하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지만 지금까지도 유족들은 고통 속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께서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감사하다"며 "대선 때도 공약했고 총선에서도 공약했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말 한마디도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재차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분명하게 약속했던 것은 말만 반복하지 말고 실천으로, 행동으로 이행해야 한다"며 "약속을 한지 많이 지났기에 약속을 지킬 때"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발언이 없어 진정성이 의심되느냐는 질의에 이 이 대표는 "개인이 돈 10만 원을 줄 때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제재를 가한다"라며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는 중요한 순간에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사기죄보다 더 엄중한 범죄행위"라고 질타했다.
이어 "대통령이 (5·18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올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굳이 했던 얘기를 또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라고 이해한다"며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도중 광주시의회 의원들이 일어나 5·18 헌법 전문 수록 현수막을 들었다. 독자 제공이와 관련해 광주시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기념사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기념사가 끝날 때까지 이 현수막을 보인 뒤 기념사가 끝나자 착석하며 객석을 향해 인사했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18일 오후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5·18 유가족·유족들이 대화중인 모습. 박성은 기자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이용진씨는 "매번 광주에 와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는 것은 광주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부상자회원 박근호씨도 "3년 연속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온 것은 칭찬할만한 일"이라면서도 "약속만 해놓고 지키지 않는 것은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한다고 밖에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보수 정부 최초로 3년 연속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지만 이번 기념식에서도 대선 시절 언급했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5·18 44주년 기념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5·18민주유공자 유족들과 시민 등 2500여 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은 '오월, 희망이 꽃피다'라는 주제로 국민의례와 공연, 기념사 등의 순으로 45분 간 진행됐으며 기념식을 통해 오월 영령의 희생으로 지켜낸 희망 위에서 미래 세대들이 5·18 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희망찬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