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여야가 22대 국회 상임위원회 원 구성 협상에 돌입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8개 상임위 중 핵심인 법사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위원장직을 가져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관례를 깨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협상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주장이 관철되면 본회의를 주재하는 국회의장과 원내 상원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 대통령실 감사를 담당하는 운영위원장을 민주당이 모두 독식하게 된다. 민주당은 입법에 속도를 붙일 수 있는 법사위와, 윤석열 대통령 견제를 위한 운영위, 두 상임위원장직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추경호-박찬대 만났지만 별 소득 없어…협상 장기화할듯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연합뉴스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추경호·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오찬 회동을 통해 22대 국회 원 구성에 대해 논의했지만 별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추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22대 국회가) 개원하지 않았고 시간이 남았으니 대화는 계속해 보려고 한다"고 짧게 답했다. 박 원내대표도 "구체적으로 협의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여야가 평행선을 그리는 이유는 법사위와 운영위를 놓고 줄다리기 중이기 때문이다. 패는 민주당이 먼저 깠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갖는 것은 국회 관례상 맞다. 운영위원장은 대통령실에 대한 견제 역할을 확실하게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총선 민의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통상 법사위원장을 제2당이 맡아 온 것은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원내 1당을 견제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여당이 가져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운영위도 관례에 따라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원 구성 협상은 당분간 지지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대표는 오는 21에도 각각 원내수석부대표를 대동해 협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집중적인 논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21일에는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어서, 여야 대치가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와 다음주 후반에는 양당이 각각 1박2일의 의원 워크숍에 나설 예정이어서 물리적으로 논의하기가 쉽지 않다.
국회법에 따르면, 5월 31일 22대 국회 개원 이후 일주일 이내에 국회의장 선거를, 의장 선거 후 이틀 내에 상임위를 배정하도록 돼 있다. 일정상 다음달 7일까지는 원 구성을 마쳐야 하는데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수당 '입법 책임론' 부담…법사위로 입법 '속도' 내고 운영위로 '尹 압박'
민주당이 법사위와 운영위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총선에서 얻은 의석 수와 관련이 있다.
민주당은 비록 야당이지만 과반 의석을 얻으면서 입법 부담이 커졌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정국 운영은 여당이 주도하지만, 많은 의석을 얻고도 민생 입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지 못할 경우 민주당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안 통과의 '관문'에 해당하는 법사위의 중요성도 커졌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직을 가져갈 경우, 국민의힘은 사실상 대통령의 거부권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원내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총선에서 민주당에 이렇게 많은 의석을 몰아줬는데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면 향후 이재명 대표의 대권가도에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도 이날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야당이 무엇인가 하면 여당이 막는 양상이라서 가끔 '우리가 여당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최근 민주당이 국회의장 후보로 추미애 당선인 대신 우원식 의원이 당선된 점도 법사위원장의 중요도에 무게를 싣는 지점이다. 우 의원의 경우 추 당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강성'이라는 평이 많아, 민주당의 '개혁 입법'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선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어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법안 처리에 있어 국회의장의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법사위원장의 중요도가 더 커진 상황이다.
운영위는 윤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피감 기관으로 두는 만큼 필요한 경우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 감사에 나설 수 있다. 또한 대통령실 예산안을 심사할 권한도 부여된다. 여기에 더해 수시로 현안 질의를 통해 대통령실을 상대로 공세를 펼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은 이른바 '이채양명주'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을 조준하고 있다. 이채양명주는 △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망사건 은폐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