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22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 임기 내 공론화 결과에 따른 연금개혁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연금행동 제공21대 국회 임기 종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에서 시민 공론화를 거친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현 회기 내 입법까지 완수해야 한다는 주장과
차기 국회로 넘겨 논의하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앞서 국회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 약 500명의 의제 숙의토론과 설문을 통해 '더 내고, 더 받기(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로 요약되는 보장강화안을 최종안으로 도출했다. 다만,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은 당정이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재정안정 진영도 '개악(改惡)'이라 반발하면서 여야가 합의 결렬을 선언한 상태다.
현 정부가 연금개혁에 착수한 최우선 목적이 기금 고갈 방지에 있다고 주장해온 연금연구회는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회는) 시민대표단에 의해 선호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 안이 가져올 참담한 미래에 대해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론화위원회가 내놓은 이 안(案)은 "연금전문가와 언론의 질타를 받고 결국 폐기처분됐다"며 "지금까지 뒷짐을 지고 지켜만 보던 정치권에서 갑자기 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 43%와 45%를 놓고 티격태격하더니 협상이 결렬됐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대표단이 선택한 1안(요율 13%·소득대체율 50%)과 재정안정론자들이 밀었던 2안(요율 12%·소득대체율 40%) 사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여야가 현행 9%인 요율을 4%p 인상하는 데엔 합의했으나, 소득대체율 43%와 45% 간 저울질에 실패한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연금연구회는 이날 한 언론이 여야가 각기 주장한 소득대체율의 중간값인 44%, 혹은 44.5%로라도 합의를 이뤄내자는 몇몇 전문가들의 입장을 보도한 것과 관련해
"애초에 43%와 45%가 어디에서 나온 수치인지도 모르는 마당에, 이같은 주장이 '자칭 연금전문가들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금 급여를 더 주는 방향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 온 연구회는 "근거도 없고 족보도 없는 '소득대체율 44.5%'는 연금개혁이란 이름을 붙일 수조차 없다"며 "2023년 기준 1825조원(GDP 대비 80.8%)인
국민연금의 미적립부채를 불과 26년 뒤인 2050년에 6509조(GDP의 125.9%)로 3.5배나 늘리는 '개악안'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처럼 단시간에 미적립부채가 급증하는 이유는 소득대체율 고려 시 다음세대에 부담을 그만큼 전가하지 않으려면 보험료를 '최소 22%'는 걷어야 하는데 9%p나 적게 내라 하는 탓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현재 연금 관련 의사 결정권자들인 '586세대'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모르핀 효과"라며 연금재정 추계기간 말인 2093년에는 국민연금의 누적 적자가 천문학적 규모(2경 1656조)에 도달할 거라고 내다봤다.
연구회는 현 국회가 부여받은 연금개혁 기회는 이미 사라졌음을 인정하고, 차기 국회로 공을 넘길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44%와 45%의 기계적 평균에 불과한 (소득대체율) 44.5%를 채택하고자 하는 일체의 시도를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야합', '국민연금을 파탄 낸 장본인' 등 다소 수위가 센 표현들도 동원했다. 연구회는 여야가 막판 합의를 시도할 경우, "분노한 MZ세대들이 이들을 반드시 역사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양대노총,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이 22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 공론화 결과에 따른 연금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반면 국민 노후를 보장하는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국민연금을 강조해온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이날 동시간대 국회 본청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국회가 공론조사 결과에 근거한 개혁안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맞섰다.
연금행동은 "윤석열 대통령은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연금개혁을 하겠다고 했으나 공약을 파기하고 국회로 공을 넘겼고, 정부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아무런 정부안을 내지 않는 등 무책임한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 왔다"고 짚었다.
특히 모수개혁 합의안 윤곽이 나오려 할 때마다 '구조개혁' 핑계를 대거나 '성급해선 안 된다'는 식으로 초를 쳤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은
"노인빈곤율 1위 국가가 단행해야 할 제1의 개혁은 단연 공적연금 강화"라며 "공론화위에 참여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법정 소득대체율 50%로의 제고를 포함해 국민 노후에 대한 국가책임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최혜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도 "시민은 연기금 고갈을 앞세운 조작된 불안에 승복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공약으로 선언했음에도 지키지 못한 개혁안 마련을 시민 스스로 마무리한 것"이라며 "빈곤한 삶을 견뎌야 하는 현세대 노인의 비극이 청년세대의 미래로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년유니온 고현종 위원장은 노인들의 삶의 질과 직결된 연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부가 이리저리 개혁을 피하는 '회피 정치'를 해놓고 (정작) 시민대표단의 결정을 '아니다'라고 하는 모습은 (시쳇말로) '답정너'를 연상시킨다"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현행 연금 제도로는 '각자도생' 사회를 벗어날 수 없다며 정치권이 반드시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입법을 완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는 현 국회에서는 연금개혁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보는 입장이다. 앞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연금 개혁을) 조급하게 하는 것보다는 22대 국회로 넘겨 좀 더 충실히 논의해야 한다"고 밝힌 윤 대통령에 이어, 조규홍 복지장관도 이날 언론간담회에서
"22대 국회에서 더 토론하고 논의해 합의안을 만드는 게 낫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