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 루카 주지사 노려보는 멜로니 총리(오른쪽). 연합뉴스"데 루카 주지사님, (제가) 그 암캐 멜로니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남부 도시 카이바노에서 열린 스포츠 센터 개관식에서 빈첸초 데 루카 캄파니아 주지사에게 악수를 청하며 한 말이다.
당황한 데 루카 주지사는 굳은 표정으로 "어서 오세요. 저는 건강합니다"라고 답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지난 2월 16일 데 루카 주지사가 하원의사당 밖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멜로니 총리를 "암캐(stronza·영어로는 bitch)"라고 부른 이후 처음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PD) 출신인 그는 당시 지방정부에 더 많은 재정 운용 권한을 부여하는 지방자치법에 반대한다는 뜻을 정부에 전달하고 지방 교부금 확대를 요청하기 위해 캄파니아주의 여러 시장과 함께 로마를 방문 중이었다.
이탈리아에서 부유한 북부 지역은 자신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이 '게으른 남부'의 복지 예산으로 사용된다며 자치권 확대를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반면 재정 자립도가 낮은 남부 지역은 주민들이 더 열악한 공공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멜로니 총리는 바쁜 일정을 이유로 면담 요청을 거부한 뒤 "시위할 시간에 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라"고 핀잔을 줬다. 이에 데 루카 주지사는 기자들과 대화하던 중 "돈이 있어야 일을 하지. 너나 일해라. 이 암캐야"라고 응수했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카이바노를 찾아 자신을 기다리던 데 루카 주지사에게 그 말을 고스란히 되돌려줬다.
현지 온라인매체 '팬 페이지'는 "멜로니 총리가 데 루카 주지사를 얼어붙게 했다"며 "멜로니 총리에게 '올해의 뒤끝상'을 줘야 한다"고 비꼬았다.
전국 일간지 일 솔레24 오레는 "멜로니 총리가 데 루카 주지사에게 복수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인 멜로니가 이끄는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은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두 사람이 만나는 영상을 올린 뒤 "조르자가 우리에게 인생을 가르쳐주네요"라고 제목을 뽑았다.
카이바노는 지난해 7월 11, 13세 소녀가 6명의 남자 청소년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곳이다.
멜로니 총리는 같은 해 8월 카이바노를 방문해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주민들에게 약속했다.
그는 사건 현장인 방치된 스포츠 센터가 새 단장을 마치자 이날 마테오 피안테도시 내무부 장관, 안드레아 아보디 스포츠·청년정책 담당 장관 등과 함께 개관식에 참석했다.
멜로니 총리는 "우리는 국가가 조직범죄, 타락, 체념을 이기고 승리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물론 쉽지 않은 명령이지만 그것이 이탈리아 국민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바이고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