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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직장 내 갑질' 사건 터졌는데…강북구청장, '외유성 출장' 논란



사건/사고

    [단독]'직장 내 갑질' 사건 터졌는데…강북구청장, '외유성 출장' 논란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8박 10일' 덴마크·네덜란드 출장 다녀와
    '기관 방문·현장 시찰'이 대부분…"통상적인 구청장 국외 출장으로 보기 어려워"
    출장 여비로 '직원 교육용 예산' 4천여만 원 동원해 논란
    구청 "외유성 출장이라 보기 어렵다" 해명

    연합뉴스연합뉴스
    강북구 보건소의 한 공무원이 직장 내 괴롭힘 끝에 숨졌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강북구청장이 이 사안을 인지한 직후 직원들과 다녀온 해외 출장을 두고 외유성(外遊性) 출장 논란도 일고 있다.
     
    구청장이 '직원 교육용 예산'으로 이번 출장을 다녀온 점 역시 부적절한 행보였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문제가 없었다는 게 구청장 측의 입장이다.
     

    '건축문화 벤치마킹' 유럽 출장일정 뜯어보니…곳곳에 물음표

    31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강북구의 '공무 국외출장 세부계획' 문건 등을 보면, 이순희 강북구청장을 비롯한 구청 간부 8명은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8박 10일 일정으로 덴마크 코펜하겐과 네덜란드 로테르담·헤이그·암스테르담으로 국외 출장을 다녀왔다.
     
    강북구청이 추진 중인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신청사 건립 사업에 참고할 만한 '해외 혁신 건축문화'를 벤치마킹(benchmarking)한다는 게 출장 목적이었다.
     
    세부 일정표를 살펴보면, 일과는 보통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하루 일정은 적게는 1개, 많게는 6개씩 배정됐는데, 건축물이나 지역을 돌아보는 '현장시찰‧기관방문'이 대부분이었다.
     
    일정표엔 시찰‧방문처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적혔는데, 벤치마킹 계획의 구체성에 물음표가 붙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이를테면 출장 2일차에 방문한 코펜하겐의 '스프킬렌 파크'의 경우 "낙후된 지역을 재미있고 창의적인 요소로 디자인한 공원으로 계획해 관광명소화"라는 설명만 부연됐다.
     
    출장 3일차에 잡힌 코펜하겐 '아르켄 현대 미술관' 기관 방문 일정은 "2008년 50%를 확장해 개조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해양 환경과 생태균형을 보존을 위해 뒤쪽으로 지어짐. 자연과 문화의 공존을 상징"이라고 소개됐다.
       강북구의 '공무 국외출장 세부계획'에 적힌 세부 일정표 발췌. 강북구의 '공무 국외출장 세부계획'에 적힌 세부 일정표 발췌.특히 4일차엔 '크리스티안스하운 지구 일대 주요시설 시찰'만 일정으로 잡혔는데, 코펜하겐 콘서트홀, 오페라하우스, 하버배스 공공 해수 수영장 등이 시찰 시설로 적시됐을 뿐 세부 설명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돌아보는 8일차 일정에는 "반고흐 미술박물관, 모코 박물관 등 박물관들이 모여있는 지역"이라는 설명이 붙은 박물관 지구 현장 시찰이 포함됐다. "부둣가에 157채의 주택과 600평방미터의 상업공간이 있는 주거단지. 재료, 모양 및 비율이 어우러진 색상블록이 컨테이너 선박과 같이 디자인 돼 정체성을 보여준다"는 실로담 주거단지도 시찰 지역으로 선정됐다.
     
    문건상 이 구청장의 출장 주요 업무는 '해외 건축사무소 주요 관계자 세미나'로만 적혀 있었다. 이와 관련해 세부 계획이 서술된 세미나 일정은 4개였는데, 참석자가 구체적으로 적시된 건 2개였다. 출장 7일차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우호 교류' 목적의 간담회 일정도 1개 있었는데, '이준 열사 기념관' 관장 등과 만나는 내용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의혹 사건 터진 직후 출장…구청 안팎서 "외유성" 비판

    이렇다 보니 구청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사실상 외유성 출장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관계자는 이번 출장 세부계획 문건을 살펴본 뒤 "자치단체장이 직접 나가는 외유성 출장으로 보인다"며 "자치단체장이 나가는 국외 출장이라고 보기에는 출장지 자치단체장이나 기관들과의 공식 일정이 별로 없고, 현장시찰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그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청장이 '직원 교육용 예산'을 동원해 국외 출장을 다녀와 규정상 문제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출장 예산으로 5892만 6386원이 쓰였고, 이 가운데 4265만 4786원은 '직원 직무능력 향상 국제화 여비' 예산을 사용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명백한 국외 출장이라 지방공무원교육법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고, 설령 교육훈련과 병행하는 출장이라는 구실을 붙이더라도 기재부 지침에 따른 예산과목상 '국외업무경비'와 '국외교육여비'로 구분해서 계획을 잡지 않고 두 항목을 섞어 놓은 것 같다"고 밝혔다.
     
    출장의 내용뿐 아니라 '시기'를 두고도 "문제가 있다"는 말이 구청 내부에서 나왔다. 이 구청장은 출장 직전 강북구 보건소 공무원 유모씨의 사망이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맞물려 있다는 점을 인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기사: [단독]'보건소 직원 사망 의혹' 조사 결정…추가 피해 정황도>
     
    구체적으로 이 구청장은 출장길에 오르기 엿새 전인 지난 2일엔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을 만나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담긴 고인의 유서를 직접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출국 당일에는 유가족과 면담을 진행해 철저한 진상 조사를 약속하기도 했다.
     
    한편 이 구청장 측은 이번 출장이 구청의 역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전에 준비된 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구청 관계자는 "현재 구청은 재개발·재건축과 신청사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의 전체적인 디자인과 경관 등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라며 "건축문화 선진국인 덴마크와 네덜란드 현장을 직접 보겠다는 취지였고, 동행했던 공무원들은 전부 관계부서 소속이었기 때문에 외유성 출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출장 시기에 대해서는 "출장을 떠나기 전에 (구청장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출장 기간에 상담자문위원회 개최, 조사위원회 위원 인선 등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됐다"며 "오래전부터 계획돼 있었던 출장이었고 방문 기관과 일정을 이미 조율해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일정을 변경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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