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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도 한동훈도 '부활' 한목소리…지구당이 뭐길래?

국회/정당

    이재명도 한동훈도 '부활' 한목소리…지구당이 뭐길래?

    한동훈 "공정한 경쟁 하도록 지구당 부활이 정치개혁"
    이재명 "지구당 부활 중요 과제"…여야, 22대 시작하자마자 개정안 발의
    '차떼기' 오명 속 지구당 퇴출됐지만, 20년간 현역-원외 불공정 누적
    단순 부활 시, 당대표에 의한 사당화 우려 여전 "온라인 활성화 등 논의 넓혀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차기 대권 주자 1순위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목소리로 '지구당 부활'을 외치고 있다.

    20년 전 '돈 먹는 하마', '정치적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비판 속 폐지됐던 지구당이 현재는 유력 주자들이 내세우는 정치 개혁 방안 중 하나로 탈바꿈한 것이다. 원외 인사들에게는 최대 현안으로 여겨지는 사안인 동시에, 여야 대표 주자들이 같은 목소리로 부활을 외치고 있어 22대 국회 초반 입법 논의는 벌써부터 불이 붙었다.

    다만, 지구당 부활을 내거는 인사들이 각 당의 유력한 당권주자로 여겨지는 만큼 이들이 지구당을 사당화(私黨化)에 악용할 수 있다는 시선도 여전한데, 폐단을 막기 위해 운영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한동훈·이재명 "지구당 부활"…22대 개원 하자마자 입법논의 시동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차떼기'가 만연했던 20년 전에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었다"며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깨고 정치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최근 4.10 총선 당선·낙선인들을 만나 회계 감사 등 투명성 보장 장치를 전제로 지구당 부활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날 직접적으로 지구당의 필요성 강조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지난 23일 부산에서 열린 당원 콘퍼런스에 참석해 "지구당 부활은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하며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당 대표 출마 당시 "지구당 부활 및 원외위원장에 대한 후원 허용을 확실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에 재차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다.

    여야의 입법 논의에도 본격 시동이 걸렸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22대 국회 개원 첫날인 이날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지구당 부활을 골자로 한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 중 한 명인 윤상현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당 설치와 후원회 모금 등을 가능하게 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자금 통로' 원흉 지구당, 이제는 공정 경쟁의 상징?

    연합뉴스연합뉴스
    22대 국회 초반 뜨거운 감자가 된 지구당은 과거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존재했던 각 정당별 지역사무소를 뜻하는 말이다.

    지난 1962년 정당법이 제정된 이래 정당을 구성하는 기초 단위이자, 민주화 이후 각 지역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반영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창구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중앙당에서 지명한 지구당 위원장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사무실 임대료·직원 월급 등 필수 경비 마련을 위해 지역 인사들과 정경유착이 발생하며, 실제 당원 민주주의가 이상적으로 작동되지는 못했다. 지구당 위원장은 평범한 지역 당원보다는 자신을 임명한 당대표의 눈치를 봤고, 거액의 운영 비용을 대주는 인사들과 더 밀착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 2002년 한나라당에 이른바 차떼기 사건(불법 대선자금 전달사건)이 발생했을 때, 지구당이 불법 자금의 유통 경로로 지목받으며, 지구당은 개혁의 대상이 됐다. 결국, 2004년 '오세훈법'(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지구당은 폐지됐다.

    이후에는 지구당 역할을 대신할 당원협의회(국민의힘), 지역위원회(더불어민주당) 등이 각 지역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정당법상 공식 조직이 아니다보니 각종 제약을 받는다.

    대표적으로 원외 인사가 당협·지역위원장일 경우 당원들이 모일 사무소를 설치할 수도 없고, 정치활동에 필요한 돈을 후원받을 수도 없다. 원외 인사들은 변호사 사무실이나, 연구실 명목의 개인 사무실을 당원 모임·행사 장소로 활용하고 있는데, 엄밀히 따지면 법 위반 사안이다.

    반대로 현역 의원은 지역구에 사무소를 개설할 수 있고, 합법적으로 후원도 받을 수 있다보니, 현역 의원과 원외 인사들 사이에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태다.

    단순 지구당 부활은 '사당화' 반복…"일부가 주도하는 환경 막아야"


    이러한 불공정에 주목해 지구당 부활 논의는 매 국회 반복됐지만, 실현되지는 못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지구당 부활과 관련된 입법논의가 정개특위에서 진행됐지만, 당대표가 과거처럼 자신의 심복을 지구당 위원장으로 보내 당 자체를 사당화하면, 정당 정치 자체가 후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의가 흐지부지 됐다.

    또 법을 바꾸는 현역 의원들 입장에서는 잠재적 경쟁자인 지역구 내 원외 인사들에게 메리트를 제공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도 밀렸다.

    이번에는 여야의 중량급 인사들이 모두 찬성 의지를 밝히고 있기에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현재 제안된 안들은 모두 과거 불발된 논의처럼 모금을 가능하게 하고, 직원 고용을 가능하게 하자는 데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

    이러한 안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반복되고 있다. 지구당이 당대표의 세력화에 활용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특히, 여야 차기 당권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이재명 대표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손쉽게 친위대를 만들 수 있는 카드가 되기에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원외 인사는 "당대표가 지구당에 자기 사람을 내려 꽂고, 합법적 권한으로 당원들을 규합하면 깰 수 없는 기득권이 된다"며 "이재명 대표의 경우 이미 현역을 친명계로 물갈이 했는데, 원외까지 장악하게 된다면 말 그대로 절대권력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이재묵 교수는 "이제는 20년 전과 정치 환경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을 지구당 부활 논의에 반영해야 한다"며 "인력 등 고정 비용은 최소화하고, 온라인을 통해 당원들의 참여를 활성화 시키는 방향으로 방점을 둬, 일부 당원에 의해 주도 되는 환경을 막는 등 운영 자체에 보완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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