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종민 기자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당장의 해임을 면한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가 하이브(HYBE)를 향해 화해를 제안했다. 민 대표는 본인의 1순위는 언제나 뉴진스와 어도어라며, 어도어와 뉴진스의 이득이 곧 본사인 하이브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31일 오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소회를 밝혔다. 법무법인 세종의 이수균, 이숙미 변호사가 동석해 법리적 부분을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 역시 다양한 주제의 질문이 쏟아졌고, 당초 50분으로 예정됐던 행사는 약 1시간 40분 정도 이어졌다.
'배신적 행위' 언급 관련 민 대표 입장은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김상훈 부장판사)는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민희진이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라면서도 "구체적인 실행 행위까지 나아갔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와 같은 민희진의 행위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세종 이수균 변호사는 "'배신'이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하시던데 판결문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법원 결정문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그게 아니다"라며 "회사에 손해 끼치는 행위가 없었다는 게 주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톡 내용을, 법원이 인정한 것도 아니다. 그게 결국은 배신적 행위가 될 수도 있지만 '정관 위배 행위'나 (회사에) '손해 끼치는 행위'가 아니라고 한 거다. 말씀하신 선관주의 위배 의무와는 거리가 멀다"라고 덧붙였다.
민희진 대표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닦는 모습. 박종민 기자민 대표 역시 "판결문을 잘 읽어보면 ('배신'이)중요한 워딩(표현)으로 쓰인 게 아니라 상대(하이브)가 주장하는 내용을 배척하기 위한 내용으로 쓰인 거다. 배신은 신의가 깨졌다는 거고, 신의는 한 사람만으로 깨질 수 없고 쌍방으로만 가능하다. 굉장히 감정적인 단어"라고 운을 뗐다.
민 대표는 "배신이라는 표현과 배임이라는 법률적 경영적 판단에는 사실 인과관계가 별로 없다"라며 "경영인은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기간 내에 어느 정도의 수익을 냈고 회사에 어떤 이익을 줬느냐가 배신감의 척도가 되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2023년 매출액 1102억 원, 영업이익 335억 원을 기록한 성과도 언급했다. 민 대표는 "톱 보이밴드가 5년 혹은 7년 만에 냈던 성과를 걸그룹(뉴진스)으로 2년 만에 냈다. 그런 성과를 낸 자회사 사장에게 배신이란 단어를 쓸 수 있을까. 저는 그게 되게 의아하고, 이런 감정적인 단어는 의리 집단에서나 활용되는 단어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하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내야 하는 주식회사에서 쓰여야 하는 단어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설명했다.
하이브 추천 이사 3인 합류…민 대표의 '원활한 경영' 가능할까
재판부는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해임 사유나 사임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라며 민 대표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 가처분은 민 대표에게만 적용되는 것이기에 기존 어도어 사내이사였던 신모 부대표, 김모 이사 2인의 해임안은 오늘(31일) 어도어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 하이브는 새 사내이사로 김주영 CHRO(최고인사책임자),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 3인을 추천했고, 이 선임안은 가결됐다.
이숙미 변호사는 "주주총회는 한 5분이었다. 각 안건에 관해 특별한 토론도 별로 없었다. 찬반 입장인지만 발언했다. 하이브의 제1호 의안은 민희진 해임안인데, (그쪽에서) 찬성하는 의견이지만 법원 결정 존중해서 (의결)하지 않겠다고 했다"라며 "하이브에선 대표이사를 대리해 변호사가 오고, 감사분까지 두 명 왔다. 어도어 기존 세 분 나와서 주주총회는 간단하게 끝났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어도어 이사회가 민 대표와 하이브 추천 이사 3인이라는 1:3 구도로 재편된 만큼, 민 대표가 이전처럼 하이브로부터 '독립된' 경영을 원활히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수균 변호사는 "해임된 이사들은 계속 근무할 예정으로 안다. 어도어가 지금 할 일이 많고 이사로 취임하기 전에 이미 어도어 창립 멤버로 일하셨기 때문에"라고 전했다. 어도어 이사회 구성에서 민 대표는 1인 이사 지명권을 갖고, 하이브는 나머지 이사 지명권을 갖는다고 부연했다.
하이브 추천 어도어 이사진이 민 대표의 철학을 수용하고 협력할지, 이전처럼 어도어가 돌아갈 수 있을지 질문도 나왔다. "그렇게 되면 어도어에 배임이 되는 거라 그분들이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런 판단을 안 하실 것 같다"라고 웃은 민 대표는 "그러면서 "실제로 하이브가 어도어를 쭉 발전시키고 뉴진스에 대한 비전이 있으신 분들이면 저랑 협의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하이브 로고. 하이브 제공이어 "저의 경영권을 지켜주겠다는 하이브 약속이 있었고 '그러면 나 이 안에서 열심히 해 볼게' 해서 실적을 냈다. 계속 주장하는 저의 1순위는 무조건 어도어와 뉴진스다. 어도어와 뉴진스의 이득이 1순위가 되는 게 궁극적으로 하이브에 이득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2차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민 대표. 이와 관련해 하이브와 대화가 오갔는지 묻자, 민 대표는 "전혀 없다. 이사회가 빨리 열린다면 (6월) 10일 정도 한 일주일밖에 없다"라며 "빨리 정리하는 게 모두를 위해서 좋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그는 "법원에서 (해임 사유가) 아니라고 했으니까 하이브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해 민 대표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에 관해, 이숙미 변호사는 "공동 대표이사와 각자 대표이사가 여럿인 건 법령적으로 다르다. 공동 대표이사는 대표권이 제한돼, 같이 공동으로만 도장을 찍어야 한다. 대표이사가 여러 명인 건 각자 단독으로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우선 언급했다.
이숙미 변호사는 "어도어 정관에 있는 건 공동 대표이사가 아니라 대표이사를 2명 이상 선임할 수 있다는 거고, 공동 대표이사 부분은 분명히 주주간 계약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각자 대표이사 부분도 법리적으로 판단했을 때, '대표이사는 민희진으로 한다'는 부분이 분명하게 못 박혀 있고, 다른 이사를 선임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각자 대표이사를 추가로 선임할 수 있는지는 약간 블랭크(빈칸)이지만 주주간 계약의 전체적인 해석에 비추어보면 (계약) 위반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뉴진스와 이루고 싶은 비전
어도어와 하이브의 공개 대립이 소송전으로까지 치달아, 뉴진스의 앞날에 관한 관심도 높다. 민 대표는 "우리가 하려고 했던 도전이 사실 우리가 일해나가는 데 있어서의 비전이었고 이미 다 저는 멤버들과 공유도 했고 청사진을 그려놓은 게 있는데 지금 제가 해임이 될 요건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비전이 꺾인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굉장한 고통이고 경제적으로도 주주분들한테도 큰 피해라고 생각한다"라는 주장을 폈다.
지난 24일 더블 싱글 '하우 스위트'(How Sweet)로 컴백한 뉴진스는 6월 일본에서 새 더블 싱글을 내고 도쿄돔에서 대규모 팬 미팅을 개최한다. 2025년에는 첫 월드 투어 예정으로, 민 대표는 올 연말 새 앨범을 낼 예정이었다고 부연했다.
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민 대표는 "K팝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는 기회인데 누구를 위해서 어떤 목적으로 좌절되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저의 확실한 목표는 뉴진스와 제가 계획한 걸 굉장히 성실하고 문제없이 잘 이행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진스와 세운 비전은 '행복하게 살자'라고 민 대표는 전했다. 그는 "얘네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인도하고 어떤 인간으로 만들어 주느냐가 되게 중요하다. 우리 멤버들한테도 늘 얘기하는데 이 7년 계약기간에 나랑 공부하는 거라고 한다. 제가 선생님이고, 제가 좋은 교수님을 많이 데리고 있다. 붙여주면서 얘네 특별과외 시켜주는 거다. 다음에 너네가 먹고 살 수 있는 일을 공부해라. 언제까지 나랑 있을 거야. 누구 밑에 있을 수 없다. 머리가 굵어지면 자기 거 하고 싶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표준계약서에 따른 계약기간 7년이 지나면 멤버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민 대표의 주장이다. 민 대표는 "어렸을 때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그 이후에는 너희가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봤을 때 장기적으로 너희를 위하는 일이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얘네를 붙잡으면, 그게 폐단이라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제 제안을) 멤버들이 흥미롭게 봤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민 대표는 "좋은 콘텐츠 100개가 있으면 눈 감고 아무거나 집어도 꽝 없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게 팬분들에 대한 저의 피드백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양심에 찔리지 않게 (돈을) 벌려면 그분(팬)들이 돈을 쓸 때 '아, 돈 아깝지 않아'라는 마음을 갖고 돈을 쓸 수 있게 만들고 싶다"라며 "예쁜 걸 보면 좋고, 누가 뭘 좋아하는 걸 보면 좋고, 인생에 삶이 윤택해지면 좋고, 뭔가 향유되는 느낌을 보는 게 좋은 거 같다"라고 밝혔다.
민 대표는 "뉴진스를 위해서 그냥 좋은 판단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아무튼 저는 승소를 해서 마음이 개운하다. 누명을 벗어서 개운하고 애들을 위해서 좋은 판단을 내렸으면 좋겠다. 너무 감사하다"라고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