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0일 북한이 대규모 대남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를 추진 중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북한은 4년 전인 2020년 6월 16일 대북전단을 빌미로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시켰다. 폭파 장면은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내부매체를 통해 생생히 보도됐다. 북한은 당시 6월 내내 대북전단을 내세워 북한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끌어올렸다.
코로나19 기간인 그 때 북한 주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남쪽으로 날릴 '삐라'를 찍어내고 정리하는 장면이 신문 사진과 TV를 통해 전해지는가 하면, 대남전단 1200만장과 풍선 3천개를 준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4년 뒤인 이번 6월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4차례에 걸쳐 오물풍선을 남쪽으로 보내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보도를 하고 있지 않다. 대북전단과 확성기 방송을 병행할 경우 "새로운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도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실렸다.
북한이 4년 전과 달리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이에 대한 대남 오물풍선 대응, 우리 측의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와 북측의 대남 확성기 가동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함구함에 따라 남북 긴장도 일정한 선에서 조절되는 모양새이다.
수도권 곳곳서 발견된 북한 오물 풍선. 연합뉴스올 들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전쟁 중에 있는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북한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현 시점에서 대남 적개심을 적극적으로 동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우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러시아 매체인 베도모스티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안에 북한과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일정이 앞으로 확정될 경우 '극진한 환대'를 준비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북한이 오물풍선을 통해 얻고자하는 목적이 처음부터 제한되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남 국론분열과 불안조성 정도가 오물풍선의 당초 목표였다는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대남 풍선살포에 대해 "9일 중으로 종료될 계획"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북한이 앞으로 태도를 돌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여기에는 6월 하순으로 예고된 북한의 당 전원회의 결과와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 일정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지난 달 25일 담화에서 한미의 공중정찰과 서해국경침범 등을 주장하며 "우리 최고 군사지도부는 군대에 이상과 같은 우리 국가주권에 대한 적들의 도발적인 행동에 공세적 대응을 가하라고 지적"했다고 밝힌 만큼, 오물풍선과 대남확성기 이상의 대응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북한이 향후 대남 적개심을 고취시켜야할 상황이 되면 언제든지 대북전단 또는 다른 소재들을 동원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