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기업이 '채용형 인턴'의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려면 평가를 할 때마다 평가 결과를 알려주고 보완 기회를 줘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채용형 인턴은 일정한 기준을 통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정당한 '기대권'을 갖기 때문에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 계약을 종료하면 '부당 해고'라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3부(백승엽·황의동·위광하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포스코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심판 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포스코 직원 A씨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0년 상반기 포스코 제철소 현장 근무 '채용형 인턴 신입 사원'에 응시해 최종 합격해 같은 해 11월부터 2021년 5월 1일까지 일하는 조건으로 근로 계약을 체결했다. '채용형 인턴'은 정규직 채용 전에 지원자를 검증하는 절차다. 내부 기준을 통과하면 대체로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A씨는 현업 부서에 배치돼 부서 교육을 받으며 담당 업무를 진행했다. 하지만 중간 평가 및 최종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종합 점수 74.3점으로, 75점인 기준 점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2021년 5월 1일 A씨에게 '당사 정규직 채용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근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A씨는 '부당 해고'를 주장하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재심을 맡은 중노위는 '정규직 전환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자 포스코는 중노위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포스코는 "A씨의 정규직 전환 기대권은 인정되지 않고 인턴 절차로 정규직 채용 가능성만 있을 뿐 채용형 인턴은 계약 갱신을 전제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정규직 전환 기대권이 인정되더라도 기초적인 실수를 반복하고 각종 지시를 위반한 A씨의 정규직 전환을 거절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포스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채용형 인턴 과정을 마친 A씨에게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포스코가 채용형 인턴을 모집하면서 '정규직 채용률 90% 이상'이라고 공고한 점, 실제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8번에 걸쳐 모집한 인턴 중 95% 이상을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한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1심 재판부는 또 "포스코는 지침을 위반해 각 평가에서 A씨에게 결과를 알리고 보완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포스코 인턴 관리지침은 '각 평가 후 10일 이내에 결과를 피평가자(인턴)에게 통고하고 개별 면담을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A씨에게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어 "정성 평가로만 이뤄진 중간 평가와 최종 평가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공정성과 객관성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포스코가 각 평가할 때마다 A씨에게 평가 결과를 알리지 않고 A씨와 면담도 실시하지 않아 A씨 스스로 문제점을 보완하거나 반론을 제기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며 "A씨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절차상 하자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정성평가만으로 이뤄진 현업부서 평가에 따라 기준점수 상회 여부가 좌우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정성평가는 성질상 객관적인 수치로 정량화할 수 없는 지표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공정한 기준에 따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