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인천 중구 전동 인천기상대 앞에 떨어진 북한 오물 풍선 잔해를 군 장병들이 지뢰 탐지기로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푸틴 대통령의 북한방문이 임박하면서 북한의 오물풍선 사태는 소강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북한이 날린 오물풍선은 그 동안 생화학 공격 가능성과 맞물려 우리 사회에서 많은 우려를 낳았다.
한국 갤럽이 지난 11일에서 13일 사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위협적'이라는 응답이 60%나 됐다.(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3.1%포인트) 특히 오물풍선의 위협성은 남성(55%)보다 여성(66%)이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국민들의 이런 우려와 관련해 "오물풍선을 활용한 북한의 생화학 공격은 이론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효과성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존재"하고 "효과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강경호·김현중 위원은 지난 12일 발표한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 관련 생화학 공격 위험성 진단' 보고서에서 "생화학작용제를 탑재한 풍선이나 열기구를 통한 북한의 대남 공격작전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실제 작전에서는 풍향과 풍속 등 여러 환경적 요소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생화학무기 사용에서 중요 요소는 증기화(vaporise)와 에어로졸화(aerosolize) 기능으로, 화학작용제는 주로 화약폭발을 이용해 증기화되고 생물작용제는 에어로졸화 과정을 통해 호흡기 감염을 극대화"하지만, "바람의 풍향 및 풍속 등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비행기구의 특성상 기체화된 작용제는 공기 중에 쉽게 흩어져 효과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온이 낮고 풍속이 높은 경우, 풍선과 열기구는 남측으로 빠르고 효과적으로 날아갈 수 있지만 공중에 살포된 생화학작용제도 빠르게 넓은 지역으로 흩어져 농도가 희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런 영향으로) 만약 생화학작용제가 공중에서 살포되어 바람 등에 의해 LD50(Lethal Dose of 50%, 특정구역 노출인원의 50%이상이 사망하는데 필요한 최소량)이하의 농도로 희석된다면 대량살상무기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며 "LD50 이하 극소량의 작용제에 노출될 경우 건강한 성인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도 "유아·노아·면역질환자 등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보고서는 다만 "전략적·전술적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강력한 제재, 그리고 한국의 상응한 공격을 감수하고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생화학작용제를 살포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보고서는 오히려 "바람을 이용해야만 하는 풍선이나 열기구와 같은 무동력 비행기구보다는 드론이나 AN-2기 등 기존 비대칭 전력 등을 이용한 생화학 공격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풍선이나 열기구보다 정밀하고 활용성이 높은 생화학 공격수단으로서 드론과 같은 기술적 장비의 사용 가능성에 주목해 이에 대한 방비책"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 김여정 당 부부장은 지난 9일 담화에서 "만약 한국이 국경너머로 삐라 살포행위와 확성기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이 끝나면 북한은 이달 하순 당 전원회의 이후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등을 빌미로 오물 풍선을 포함한 '새로운 대응'을 재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