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대 협의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마치고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대통령실이 저출생 극복과 대책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속도'가 과제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언한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은 여야 극한 대립 속에 정부 조직 개편 논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통령실이 준비 중인 저출생수석실 인선 역시 여전히 적임자를 물색 중이다. 정부여당은 고위 당정을 통해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기준 완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하는 등 저출생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16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저출생 문제가 국가적 비상사태이고, 이를 해결하는 게 국정의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는데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달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31개 당론 법안을 발표하면서 22대 국회에서 저출생부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는 법안 발의가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3일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정책에 대해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저출산 대응을 위한 여야정 협의기구 설치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임위원장 배분을 비롯한 원(院) 구성 문제를 두고 국회에서 여야의 갈등 기류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관련 논의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여권 관계자는 "상임위부터 정리가 돼야 뭔가를 협의할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아직까지 국회에선 저출생 사안을 두고 여야가 함께 얘기를 나눈 게 없다"고 말했다. 정부조직법 개정까지 빠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대통령실은 추진에 속도를 내는 한편, 예산 편성과 정책 등을 관할하는 기능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 계획과 관련해 "가칭 '인구전략기획부'란 이름을 생각 중"이라며 "과거 경제기획원처럼 인구·저출산 대응 전략 총괄 부처로서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 편성에 관여하며 정책 조사·평가까지 하는 종합 기획·전략 부처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고위당정 관련 브리핑에서 "저출생 관련 논의에 가장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며 "그 부분(인구전략기획부 검토 등)에 대해, 또 인구 대책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이미 주문하신 사항에 대해 속도감 있게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윤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지시했던 '저출생수석비서관실' 신설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적임자를 찾는 중이다. 윤 대통령은 모친인 최성자 전 이화여대 교수가 육아 때문에 교수직을 그만둔 사례를 들며 인선 방향을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다자녀 워킹맘 등을 중심으로 후보를 물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저출생수석 후보를 공공과 민간 영역 출신의, 남성과 여성 모두를 포함한 4명으로 압축했고 대통령께 보고할 예정"이라면서도 "인사 검증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발표 시기는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수석비서관 1명에 3명의 비서관으로 기본적인 뼈대를 이룰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역할과 기능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이 가운데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저출생 관련 추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그간 저출생 정책이 효과성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 없이 지원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둬 왔다는 점이 지적됐다. 그러면서 신생아특례대출 소득 기준 완화 등 국민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야를 중심으로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유연근무 장려금 지원 확대, 아빠 출산휴가 기간 확대, 다양한 유연근무 모델 개발 등을 포함한 저출생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당정은 지난 14일에도 저출생 정책을 총괄하는 종합 컨트롤 타워를 신설하고, 국민 부담을 대폭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정책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형환 부위원장은 "단기적으로는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의 3대 분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육아휴직 제도 자율성 강화,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유연근무와 근로 시간 단축 활성화 등 일·가정 양립 제도 강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