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아 제공 고대 철학자들이 건축물의 이상적인 수학적 비례(황금률)를 인간의 몸에 적용하듯 수많은 인체, 철학, 예술 연구자들 또한 "건강과 생식력의 지표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은 잠재적인 짝으로서의 가치" 때문이라는 '진화심리학'의 특정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밀로의 비너스'가 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미(美)의 여신'인 비너스를 묘사한 조각상이다. 그러나 영국 앵글리아러스킨대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어느 순간 미의 표준이 된 이 주장에 의문을 품는다.
아름다움의 비율이라는 것이 광범위한 인종·민족·문화, 지역·환경 등에 따라, 심지어 국가간 경제력에 따라 선호도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남성의 사례도 있다. 남성의 신체적 매력과 부와 지위의 연관성 역시 여성이 좋은 유전자를 남겨줄 남성의 신체적 매력(역삼각형 등의 신체 비율)보다 양육 자원을 많이 확보한 남성을 확보한다는, 예컨대 "중저가 옷을 입은 남성보다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을 더 좋아한다"는 세간의 이론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다만 '아름다움의 신화'가 여성에게 국한된 일방적이고 조직적인 억압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보다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름다움의 신화는 인류 역사에서 특정한 정치·경제적 사회 양식에서 비롯됐음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름다움은 변하고 유연하며 다양한 요인에서 영향을 받는다면서 미국의 사회운동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나오미 울프의 말을 인용한다.
"울프는 지금까지 우리가 질문한 것처럼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고 묻기보다 다른 질문을 던지라고 권유한다. '왜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는가?'"
저자는 다시 '밀로의 비너스'로 돌아와 그것이 헬레니즘이라는 당대의 역사·사회·문화적 산물임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기에 두 팔이 없어 불완전한 존재임에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우리는 아름다움이 불완전함 속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마주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인다.
비렌 스와미 지음 | 유강은 옮김 | 상상출판 | 304쪽
상상출판 제공 '신화의 땅'으로 불리는 그리스. 그 땅 위에는 여전히 신의 이름으로 세워진 신전 기둥과 신비로운 이야기들이 남아 있다. 떠도는 이야기가 많은 만큼 그리스는 역사와 신화의 경계가 모호한 곳으로 여겨진다.
'그리스 인문 기행'은 책 곳곳에 호메로스에서부터 니코스 카잔차키스까지 그리스 고전의 대가들이 남긴 기록을 인용하며 그리스의 역사와 신화를 풀어간다.
저자가 직접 걸으며 만난 펠로폰네소스반도의 도시국가 다섯 곳인 코린토스, 미케네, 스파르타, 올림피아 그리고 에피다우로스를 배경으로 허구로만 알던 신화의 실재를 만난다. 사랑, 자비, 복수, 탐욕 같은 신화 속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드러나는 신과 인간의 민낯을 마주하기도 한다.
놀랍도록 번영하고 타락했던 도시 코린토스의 상징인 운하 건설과 이를 둘러싼 권력자들의 탐욕을 만나는가 하면 아폴로 신전을 지나 클라우케의 샘에서 메데이아의 신화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아프로디테 신전 앞에서는 성매매까지 신성하게 여기던 코린토스의 악습을 만나며 화려하고도 타락한 도시를 확인한다.
저자는 미케네로 향하는 시골길을 걸으며 아트레우스의 보고, 사자문, 키클롭스의 벽, 원형 무덤 A와 각종 유물을, 지금은 평화롭게 사람들이 카페에 앉아 있는 스파르타에서 파리스의 헬레네를 향한 욕망이 지핀 트로이 전쟁을 확인한다. 또한 올림픽의 기원이 된 땅 올림피아의 성스러움도 이야기한다. 세계 인권과 의료의 상징이 된 뱀이 달린 지팡이, 의술의 신 아스클레오피오스의 흔적을 따라 에피다우로스를 걸으며 그리스의 치유와 돌봄의 현장을 찾는다.
책은 더불어 여행지의 유적과 고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상세한 자료와 사진을 배치해 읽는 이로 하여금 생생한 현장을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남기환 지음 | 상상출판 | 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