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 유해 시굴. 연합뉴스"심지어 6세에 수용된 아동도 있습니다. 대부분 10세 내지 11세 나이 어린 아동들을 고립된 섬에 강제로 수용해 여러 인권 침해가 발생한 사건으로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가 있다고 봤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20일 선감학원 피해자 13명이 국가와 경기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인당 2500만~4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선감학원'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 부랑아 수용이라는 명목으로 서해의 선감도(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에 만들어진 수용시설이다. 해방 후에는 경기도가 이어받아 1982년까지 부랑아 수용 시설로 이용됐다. 당시 정부는 적법한 절차 없이 부랑아들을 납치해 이곳으로 보내 강제 노역 등을 시켰다.
재판부는 국가와 경기도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가 책임에 대해 "국가경찰을 통해 아동들의 위법한 수용 행위를 주도했던 것으로 보이고,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 의무를 해태한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경기도에 대해서는 "선감학원의 운영 주체로서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선감학원 수용 기간 1년에 5천만원을 기준으로 피해자들의 위자료를 산정했다. 재판부는 "수용된 기간에 비례해 오래 수용됐을수록 더 많이 힘들고, 그만큼 교육의 기회도 박탈됐다고 봤다"며 "그 이후 원고들의 삶도 수용 기간 때문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실제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당시 아동으로서 감내하기 힘든 고강도 강제노역과 성폭력 폭언 및 폭행을 당해야 했고, 마땅히 받아야 할 의무교육 기회를 박탈당했다. 퇴소 이후에도 육체적 피해뿐 아니라 트라우마에 의한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감학원 피해 대리인단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와 피해자들이 20일 '선감학원'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송 판결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민정 기자
판결 이후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국가공권력에 의한 여타 인권 침해 사건에 비해 배상 금액이 적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선감학원 피해자 대리인단 단장인 강신하 변호사는 "형제복지원 사건에서는 1년간 8천만원을 인정했다. 피해 금액에 대해 피해자와 상의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한 피해자는 "초·중·고 한참 배워야 할 나이에 납치당했다. 온갖 인권 유린 말살의 현장이었다"라며 "배움의 기회도 차단해 국가가 평생 거지 같은 삶을 만들었다. 재판부 판결은 여전히 우리를 그런 취급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선감학원 피해자 센터 김영배 회장은 이날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인간 존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돼야 한다"며 "국가 폭력에 대한 철저한 반성으로 인권유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들에 대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한편,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는 2022년 10월 20일 선감학원 사건의 인권 침해 결과를 발표하며, 국가가 피해자와 유가족의 피해 회복을 위해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또 부랑아 대책을 수립해 무분별한 단속을 벌인 법무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 국가기관과 경찰, 경기도 등에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