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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공단 '손배 대위', 가해자 책임 비율만 회수"…대법, 판례 변경

법조

    "연금공단 '손배 대위', 가해자 책임 비율만 회수"…대법, 판례 변경

    대법원, '공제 후 상계' 방식 택해
    종전의 '상계 후 공제' 판례 변경
    法 "공단 대위 범위 합리적 제한"
    "피해자 추가 손해전보 받을 수 있어"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공단)이 사고 피해자에게 장애연금을 지급한 뒤 가해자에게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경우 가해자 책임 비율만큼만 회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상계 후 공제' 방식을 택한 종전의 판례와 달리, '공제 후 상계' 방식을 택한 이번 판단에 따르면 공단이 가해자로부터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들고 피해자가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은 늘어나게 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20일 교통사고 피해자인 원고 A씨가 가해자 측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공제사업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하며 이같이 판단했다.

    2016년 1월 A씨는 경남 사천시 한 교차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가해자가 운전하던 택시에 치여 사지마비 등의 부상을 입었다. 이에 A씨는 가해자 측 공제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가해자에 A씨에게 손해배상금 약 6억9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후 공단은 A씨에게 장애연금 2650만원을 준 뒤 국민연금법에 따라 A씨의 원고승계참가인 자격으로 소송에 참가했다. 2심은 공단이 A씨를 대신해 행사할 수 있는 손해배상청구권의 범위는 장애연금 전액인 2650만원이 아니라 가해자의 책임 비율 60%에 해당하는 금액인 1590만원이라고 판단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공단은 2심이 택한 '공제 후 상계' 방식이 아닌 2007년 대법원 판례인 '상계 후 공제' 방식에 따라 장애연금 전액을 대위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며 상고했다.

    공단이 주장하는 상계 후 공제 방식은 전체 손해에서 피해자의 책임을 먼저 고려하고, 이후 연금을 공제하는 방식이다. 반면 공제 후 상계는 전체 손해액에서 지급 받은 연금 금액을 공제한 뒤, 피해자의 책임 비율을 고려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100만원의 손해를 가했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책임 비율이 각각 30%, 70%인 상황에서 피해자가 공단으로부터 40만원의 장애연금을 지급받았다고 가정할 경우 두 방식에 따른 차이는 다음과 같다.

    공단 측 주장인 상계 후 공제 방식은 100만원에서 피해자의 책임 비율 30%를 고려하면 70만원이 되고 여기서 이미 지급받은 연금 40만원을 공제하면 30만원이 남는다. 결국 피해자는 30만원과 장애연금 40만원까지 총 70만원을 받게 된다. 공단도 가해자가 배상해야 하는 70만원에서 30만원만을 공제한 40만원을 지급받아 연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반면에 공제 후 상계 방식은 손해 100만원 중 공단이 지급한 연금 40만원을 우선 공제해 60만원이 남는다. 60만원에서 피해자 책임 비율 30%(18만원)을 고려해 제하면,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추가로 42만원을 받게 된다. 장애연금 40만원과 합하면 피해자는 82만원을 받지만, 공단은 가해자가 배상해야 하는 70만원에서 42만원을 공제한 28만원만을 회수하는 구조다.

    이날 대법원 전합은 '상계 후 공제' 방식을 주장한 공단의 상고를 기각하고 '공제 후 상계' 방식이 옳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민연금공단이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연금 급여를 한 다음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는 경우,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에 따라 그 대위 범위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한 연금 급여액 중 가해자의 책임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돼야 한다"며 "재정 확보를 위해 피해자에게 가장 불리한 해석이 정당화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해가 제3자(가해자)의 불법행위와 수급권자(A씨)의 과실이 경합해 발생한 경우 적어도 '연금급여액 중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은 공단이 피해자를 위해 부담할 비용이자 피해자가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이익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공단의 대위 범위는 연금 급여 중 가해자의 책임 비율 부분으로 제한하는 것이 이해관계를 공평하게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최근 건강보험, 산재보험 사안에서 '공제 후 과실상계설'을 채택했고, 국민연금 사안에서도 종전 '과실상계 후 공제설'을 취하던 견해를 변경해 '공제 후 과실상계설'을 채택함으로써 공단의 대위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피해자가 추가적인 손해전보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요 사회보험인 건강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등에서 그 대위의 범위에 관해 통일적인 법해석이 이뤄지게 됐고, 공단과 피해자 사이의 형평을 도모하고자 했다는 데 이번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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