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목걸이를 한 시신이 있다는 걸 기사를 보고 알았어요. 그래서 장례식장을 두 번씩이나 찾아갔지만…"
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전지공장 화재 이튿날인 25일, 회색 재킷 차림으로 현장을 찾은 채모(73)씨는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우리 딸"을 찾았다.
채씨는 전날 딸이 다니던 회사에 큰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엔 "설마"했지만, 화염 속에 갇혀 있던 실종자 명단을 통보받고는 곧장 무너져 내렸다.
리튬 일차전지로 인한 화재여서 진화와 인명수색 작업이 더뎌지면서 속은 더 타들어 갔다. 잇단 시신 수습으로 사망자 수가 늘어났고, 경찰을 통해 사망한 사실까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여태 빈소도 차리지 못한 채 현장을 돌아다니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딸의 시신을 아직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신 훼손이 심각하다는 말에 또 한번 억장이 무너진 가운데, 그는 한 신문기사에서 본 '목걸이' 얘기를 힘겹게 털어놨다. "장례식장에 안치된 시신 네 구 중에 목걸이를 한 시신이 있다는 내용을 접했다"며 그 목걸이만 확인하면 딸을 찾을 수 있다는 호소였다.
채씨는 "여태 빈소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우리 딸 목걸이 걸고 있는 걸 내가 잘 안다"며 "장례식장을 두 번이나 찾아가서 목걸이 좀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 해결되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렇게 찾아 헤매고 있는데도 목걸이를 못 보고 있다. 그것이라도 봤으면 내가 이렇게 한심하게 얘기를 하고 있겠나"라며 원통해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가을 딸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얘기를 꺼내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화성시 마도면 A장례식장에 장례식이 열리지 않아 안내 모니터가 꺼져 있다. 이준석 기자
채씨는 "(딸에게) 금년 가을 결혼하기로 약속한 사람이 있다"며 "돈 벌려고 한국에 와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우리 딸은 효녀였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흐느꼈다.
또한 "처음에는 일용직으로 근무하다가 회사에서 인정받아 지난달 정규직으로 채용돼 좋아했는데 이런 일을 당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채씨의 딸은 평소 회사를 다니면서도 '배터리가 위험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기자들 어깨 너머로 폐허가 된 건물 잔해를 바라보며 그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배터리가 그렇게 위험한 폭발물인데 직원들 일 시키면서 잔뜩 쌓아 놓고 그러면 일하다가 불 나면 사람들이 어디로 내려가느냐"며 "하다 못해 안전문이라도 더 만들어 놓고 하든가 하면 사람들이 안 죽었을 것 아닌가. 사업주가 안전에 대해 너무 한심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자들의 계속된 질문을 거절하며 자리를 떠나면서도 채씨는 여러 번 걸음을 멈춘 채 사고 현장을 처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