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올 미국 대선이 바이든·트럼프 전·현직 대통령 간 '리턴매치'로 치러질까. 불과 1주일전만 해도 이런 질문 자체가 '어불성설'처럼 들렸겠지만, 지금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6월 27일 첫 TV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가 대선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미 언론들은 연일 '사퇴'와 관련한 시나리오를 짜기에 분주한 시간을 보낼 정도다.
바이든 캠프측은 "그날 대통령이 감기에 걸렸고, 토론은 잘할 수도 못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토론 직후 각종 혹평에 싸늘해진 민심이 만만치가 않다.
TV토론 이후 미국 유권자 72%가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대선 도전을 포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은 연일 컬럼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민주주의를 위한 용단'이라며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여느때와는 달리 이번 대선후보 TV토론은 각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 후보를 공식 지명하기 전에 이뤄졌다. 보통은 9월에 첫 대선 TV토론이 열리지만 양측의 합의로 시기가 앞당겨졌고 중대 변수가 도출됐다.
'워터 게이트'를 특종 보도했던 밥 우드워드 WP 부편집장은 "바이든과 민주당에 '정치적 수소폭탄'이 터졌다"며 "대선 후보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바이든 출마 안돼" 신문 사설. 연합뉴스전당대회도 하기 전에 TV토론을 했고, 이로 인해 후보교체론이 대두된 것은 미 대통령 선거 역사상 처음인 셈이다.
문제는 대선이 불과 4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는 점이다. 민주당 대선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전당대회까지는 이제 겨우 7주가 남았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가 TV토론 이후 갑자기 생겨난 변수는 아니라는 점에서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미 이에 대한 '플랜B'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추축도 가능하다.
앞서 지난 2월초 로버트 허 특별검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사건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을 '기억력이 나쁘지만 악의는 없는 노인'으로 기술해 미국 정치권이 고령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일부 언론은 "민주당은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플랜B'에 대해 어떤 논의도 피하고 있지만 특검 보고서를 계기로 대안을 검토했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민주당 대선 후보 교체는 가능하지만 말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고, 이를 위해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진 사퇴하겠다는 의지 표명이 먼저 있어야한다는 점이다.
우선,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전당대회에서 과반의 대의원을 확보해야한다.
바이든은 앞서 치러진 대선 경선을 통해 90%가 넘는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예비경선에서 뽑힌 대의원들은 바이든이 전당대회 전에 사퇴하지 않는 한 반드시 바이든에게 투표해야 한다.
'후보 교체'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후보자가 혜성처럼 등장해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과반의 대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야하는 것이다. 이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스스로 대선 후보직 수락을 고사한다는 가정하에서나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후보자 교체가 지지율 견인을 담보한다는 보장도 없다. 숱한 선거에서 교차 검증을 받았던 바이든 대통령과는 달리 새롭게 나타난 후보가 무시무시한 대선 후보 검증속에서 낙마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인물도 없고, 시간도 없어 민주당은 이래저래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한편 TV토론 승리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교체론'에 대해 "민주당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이 TV토론에서 죽을 쒔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도 내심으로는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상대가 바이든 대통령이어서 '고령 리스크' 등에 있어 자신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미 유권자들은 바이든·트럼프 '리턴 매치'를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으로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를 찍겠다는 유권자 상당수는 그가 좋아서가 아니라 상대 후보가 더 싫어서 그런 결정을 하겠다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더 싫은' 바이든이 자진 사퇴를 한다면, 그 표는 어디로 가겠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