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대한의사협회의 의대생·전공의 대상 간담회가 열리는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의 모습. 연합뉴스전국 40개 의과대학이 뒤늦게 모두 수업을 재개한 가운데 대부분의 의대생은 여전히 수업을 '보이콧'하고 있어 집단유급 사태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은 의료공백의 핵심인 전공의와 함께 사태를 풀 '핵심 키'로 평가되지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의대생단체는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꾸려진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에 참여할 의사가 없음을 강조하며, 임현택 의협 회장을 향해 "무례한 언사로 의료계의 지위를 실추시켰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두 달 간 임 회장이 보여준 활동을 가리켜 "무능과 독단"이라 맹공하며, "의료계를 멋대로 대표하려 하지 말라"고 밝혔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2일 입장문을 내고 "5월 1일 임 회장이 당선되고 난 후의 행보를 과연 '의료계의 입장을 강력히 대변하겠다'는 의협 회장의 행동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26일 (의·정 사태 관련 국회)
청문회에 참석한 임 회장은 의정 갈등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기는커녕 본인의 발언들에 대해서도 수습하지 못하는 무능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의 대표적 '강경파'로 꼽히는 임 회장은 청문회 당일 과거 '막말 논란'을 빚은 발언들로 곤욕을 치렀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수면 내시경을 받으러 온 여성환자를 수차례 성폭행한 의사를 비판하는 논평을 냈더니 임 회장이 자신을 '미친 여자'라고 공격했다며, "하실 말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임 회장은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국민이 가진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 영역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치며 설전을 벌였다.
의대협은 이를 두고 "임 회장은 의협 회장이라는 무거운 자리에 있음에도 '표현의 자유'라며 부적절한 공적 발화를 일삼고 있다"며
"임 회장의 연이은 막말과 같은 개인의 무례 때문에 의료계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또 "그 어떤 언행에서 자리에 책임감이 보이는가"라며 "학생을 포함한 의료계의 순수한 목소리에까지 오명을 씌운 임 회장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 상황을 직접 해결할 역량도 없으면서, 학생과 전공의의 목소리는 무시하는 독단적 행태는 임 회장이 의료계를 조금도 대표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연합뉴스지난달 20일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며 의협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과 꾸린 올특위에 대해서는 "구성 과정부터 학생들은 철저히 배제된 협의체"라고 주장했다.
의대협은 "당사자 없는 공허한 의협의 무능·타협적 행동에도,
의대 학생들은 의대협의 대정부 8대 요구안이 '최소한의 목소리'임을 다시 한 번 밝히는 바"라고 강조했다.
앞서 의대협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대증원 전면 백지화 △의·정 동수의 법제화된 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 △의료정책 졸속 추진에 대한 조사 및 사과 △의료행위 특수성을 고려한 의료사고 관련 제도 도입 △합리적 수가 체계 마련 △바람직한 분배를 위한 의료전달체계 확립 △수련환경 개선 △휴학계에 대한 공권력 남용 철회 등 8대 요구안을 정부에 제시했다.
의협 등 올특위가 내세우고 있는 '3대 요구안'은 △의대정원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패키지의 쟁점사안 관련 의료개혁특위와 별개로 의료계와 논의할 것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및 처분의 즉각적인 소급 취소 등이다. 의대협과 전공의단체는 이를 각 단체안보다 사실상 '후퇴'한 안(案)이라 보고 있다.
의대협은 "올특위를 비롯한 임 회장의 독단적 행보를 수용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학생들은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