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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이혼, 사별,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삶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외로움, 생계와 주거, 관계의 어려움과 연대, 노후, 죽음의 여러 풍경을 영화 속 인물과 사건을 편집해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책.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은 렌즈를 통해 '나혼삶'의 다양한 측면들 들여다 보고자 한다.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서는 존재감이 없어서 그것이 곧 스펙이 된 스즈메의 이야기를 통해 평범한 인간이 가장 강하고 지속적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그에 반해 결혼이 기본값인 시대에 비혼 남매가 앤을 입양해 소신껏 가족을 이루며 사는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은 경계 너머의 유연한 세상을 보여준다.
나이 덧살에 대한 고민도 들여다본다. 영화 '위아영'에서 40대 초반의 부부가 노화를 마주하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65년 동안 함께 산 노부부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인생 후르츠'에서 노부부는 상대의 다름을 따지며 바꾸는 게 아니라 다름을 수용하며 존중한다. 이런 태도가 생활 동반자 관계를 단단하게 지탱한다.
저자는 영화 곳곳에서 저마다 마음에 다른 모양의 구멍을 가진 사람들을 통해 우리 모습을 보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구멍 모양이 어떻든 구멍을 채우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말한다. 평소에 안 하던 일을 해보는 것이다.
'혼자'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삶의 장면들을 살뜰하게 담아내면서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김남금 지음 | 그래도봄 |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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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미술 작품을 보면서 우리는 작품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전시된 그림 앞에서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해설가인 도슨트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주인공인 전시물 뒷편에서 수집과 관리 및 연구, 전시 기획 등 종합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학예사, 큐레이터의 깊이 있는 해석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림 사는 이야기'는 현직 큐레이터인 저자가 조지 몰튼-클락, 아담 핸들러, 카우스, 뱅크시, 비플, 페르난도 보테로, 이완, 강준영, 허보리, 조광훈 등 미술사를 뒤흔든 국내외 10인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작품을 처음 만나는 것은 사람을 만날 때와 같다고 이야기 한다.
저자는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처럼 바라본 작품 뒤에 가려져 있던 작가가 살았던 이야기, 작가가 작업을 하며 취했을 행위와 태도, 작품에서 배어 나오는 기억, 인생,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는 그림이 있다고 말한다. 반면, 아무리 유명하고 값비싼 작품이라도 이상하게 끌리지 않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미술은 자칫 어렵거나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다. 어쩐지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쉽다. 저자는 그런 거리감을 줄이고, 치유의 순간으로 안내하고자 한다.
저자 본인이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과 경험, 찬란하게 빛나는 걸작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 작가들이 치열하게 고뇌한 흔적들,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생생한 작업 사진까지 한 권에 담았다.
송한나 지음 | 바둑이하우스 | 2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