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쯔양(왼쪽)과 구제역. 유튜브 영상 캡처·연합뉴스 최근 유명 유튜버인 쯔양 협박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사이버 레커'들의 온라인 사적 제재 폐해가 재부각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성 폭로, 허위 사실이 포함된 자극적 영상으로 조회수를 올려 수익을 챙기는 상황이 온라인 영상 플랫폼 상에서 사실상 방치되다 보니 이들의 행태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검찰은 이런 유튜버들의 위법 행위에 대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과 관련된 사법 체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온라인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선 없는 폭로…사이버 레커, 각종 부작용 부각
사이버 레커로 불리는 유튜버들의 당사자 동의 없는 무차별 폭로를 둘러싼 비판 여론은 최근 '쯔양 협박 사건'을 거치면서 한층 거세졌다. 쯔양은 구독자 숫자가 1천만 명이 넘는 유명 '먹방' 유튜버다.
쯔양 측 법률대리인 김태연‧김기백 변호사는 지난 15일 쯔양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입장문을 올리고 "쯔양님의 일부 사건이 공론화됐고, 그 과정에서 쯔양님을 포함한 관계자와 제3자들에게 무분별하게 2차 피해가 확대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영상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공개된 영상엔 구제역 등 이른바 '사이버 레커 연합' 소속 유튜버들이 쯔양의 사생활을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협박해 수천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담겼다.
가세연의 폭로 이후 쯔양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연인 A씨로부터 4년간 폭행과 협박을 당하고 최소 40억 원을 뜯겼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쯔양은 사생활 폭로 협박 의혹 당사자인 유튜버 구제역과 전국진에 대해선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처럼 유튜브에서 폭로성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들은 통칭 '사이버 레커'로 불린다. 이들은 자극적인 사건, 사고를 다루며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튜브 광고 수익과 구독자들의 후원금 등을 통해 수익을 벌어들인다.
이런 유튜브 제작 방식은 '온라인 사적 제재'라는 명분으로 여론의 호응을 얻기도 했지만, 어두운 이면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이어졌다. 예컨대 유튜버 '나락보관소'는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과 주변인의 신상을 공개했는데, 가해자의 여자친구로 지목된 인물이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또 다른 유튜버 '탈덕수용소'는 유명 연예인과 관련된 허위 영상을 올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
"악성 콘텐츠 게시, 중대 범죄"…이원석 검찰총장, 엄정 수사 방침
이원석 검찰총장. 연합뉴스검찰은 '사이버 레커' 문제가 협박·공갈 논란으로 번지자 엄정 수사 메시지를 내놨다.
수익을 벌기 위해 허위 영상 등을 게시하거나 콘텐츠를 올리지 않는 조건으로 피해자를 공갈 협박한 경우에는 구속 수사까지 검토하고, 단순한 명예훼손 사건이라도 사생활 노출 등 피해가 크다면 약식 기소가 아닌 정식 재판에 넘기라는 것이 검찰 메시지의 주요 골자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15일 "악성 콘텐츠 게시자들의 행위는 수익 창출 등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수단"이라며 "대중의 관심사 또는 사적 제재라는 명분으로 포장해 성폭력‧명예훼손 등 범죄 피해자와 가족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중대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광고‧모금 등 취득한 범죄수익을 면밀히 분석해 철저히 수사하고, 특정된 범죄수익은 법령에 따라 몰수‧추징보전 및 민사소송 등을 활용해 환수하라"고 덧붙였다.
현재 검찰은 이번 '쯔양 사건'을 비롯해 구제역과 관련된 사건 7건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도 8건에 달한다.
그릇된 '사적 제재'…통제 수단, 현실 못 쫓아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릇된 사이버 레커들의 행태에 대해선 근본적으로 제재·처벌 방안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튜버들이 벌어들인 수익금 일부를 수수료로 챙기는 수익 구조상 사이버 레커에 대한 유튜브의 내부 통제는 느슨해질 위험이 있다.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는 "유튜브가 (구제역‧카라큘라‧전국진에 대해) 수익 창출을 금지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조치"라며 "유튜브는 조회 수를 늘려서 영상에 광고를 싣고 광고 수익을 벌어들인다. 유튜브 입장에서 사이버 레커들은 돈을 벌어오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독일에선 히틀러식 경례, 혐오 표현 등 (영상물로) 금지지되는 것들을 정해서 리스트를 만들었다. 금지된 영상물에 대해 플랫폼이 24시간 안에 조치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게 한다"며 "(이런) 국내법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튜버들이 피해자들에게 고소를 당해도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선 주로 벌금형이 선고돼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사법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은의 법률사무소 소속 이은의 변호사는 "사이버 명예훼손, 불법 정보 유통 범죄는 정보통신망법상 제재를 받게 되는데, 허위 사실이 아닌 경우엔 처벌 수위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나날이 온라인 파급력이 강해지는 만큼, 시대 변화와 기술 발전에 맞춰 폭로를 당하는 이의 피해 정도가 제대로 측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