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전국 수련병원이 1만 명이 넘는 전공의들에 대한 사직 처리에 들어간 가운데
서울 주요병원의 전공의들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병원장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애당초 정부가 발령한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등이 위법한 행정명령이었음에도 이를 스스로 철회한 뒤 병원들에게 일괄 사직처리를 압박했고, 병원장들은 이 같은 범죄에 '공모'했다는 이유에서다.
18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소위 '빅5' 병원이라 불리는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과 고려대병원에 소속된 전공의들은 오는 19일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해당 병원장들과 조 장관을 직권남용죄로 고소한다.
하반기 수련 모집을 앞두고 진행 중인 미복귀자들의 대규모 사직 처리가 본격적인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전공의 100여 명이 참여하는 이번 고소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이 제기한 의대증원 효력 집행정지 소송 등을 담당했던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가 법률 대리를 맡는다.
고소인으로 나선 전공의들은 조 장관이 올 2월 '의대정원 2천 명 증원'을 결정함에 있어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사전보고를 생략하고 국무회의 안건으로도 올리지 않았다며, 이러한 독단적 정책 추진은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위법한 행정행위'를 관철하고자 후속적으로 또다시 직권남용에 속하는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과 업무개시명령 등을 연이어 내렸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지난달 4일 복귀 전공의에 한해 행정처분을 면제해 주겠다며 이 행정명령 일체를 철회한 것은 "조 장관이 자신이 자행한 불법행위를 자인한 것"이란 게 이들의 시각이다.
특히 지난 15일까지 전공의의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확정해 결원 규모를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보고토록 한 데 더해,
병원장들이 '7월 기준' 사직서를 수리하게 한 것과 관련해 "(법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남용"이라고 봤다.
정부가 전공의들이 낸 사직서의 효력은 행정명령이 철회된 '6월 4일 이후' 발생한다고 강조하자, 많은 수련병원이 7월 15일 자로 사직서 수리를 결정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전공의들은 그간 실제로 사직서가 제출된 2월 시점으로 사직이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병원장들을 향해서는 "의료농단의 공범"이라고 맹공했다.
이 변호사 등은 "전공의들이 7월을 기준으로 사직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달 기준으로 일괄 사직처리를 함으로써 전공의들의 정당하게 수련받을 권리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전공의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달 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한편, 정부는 당국의 사직처리 방침을 따르다가 송사에 휘말린 수련병원들에 대한 법률 지원 계획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저희도 기사를 보고 (고소 사실 등을) 파악했다.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법률(지원) 문제는 검토하고 대응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전공의를 병원의 소모품으로 치부하며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병원장들의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수련병원장들을 비판했다.
그는 "대전협 비대위는 퇴직금 지급 지연, 타 기관 취업 방해 등 전공의들의 노동권을 침해한 병원장에 대해 형사 고발, 민사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며 "사직한 전공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