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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격노보다 큰 애도" 채상병 1주기에 촛불 밝힌 시민들

"반복된 비극, 착잡한 마음"…군 사망사건 유가족들의 분노
"채상병 사건, 진상 규명하라"…시민들, '채상병 특검법' 촉구
전국 곳곳서 1주기 추모제 잇따라 열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1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채 상병 1주기 추모 시민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고(故) 채수근 상병의 명복을 빌며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해병대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1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채 상병 1주기 추모 시민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고(故) 채수근 상병의 명복을 빌며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채상병 순직 1주기인 19일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함께 촛불을 높이 들었다. 군대 부조리 등으로 가족을 떠나보냈던 군 사망 사고 유가족들도 이 자리를 찾아 정부와 국회를 향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채상병 특검법' 도입을 촉구했다.
 
"대통령 격노보다 더 큰 우리의 애도로 추모제를 시작하겠습니다"
 
군인권센터와 군 사망 사건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6시 30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채상병 1주기 군 사망 사건 피해자 추모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이곳은 검은 옷을 입은 시민들로 붐볐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추모제가 열리다 보니 퇴근길에 오른 시민들도 잠깐 들러 게시판에 추모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시민들이 남긴 채상병 추모 글귀. 양형욱 기자시민들이 남긴 채상병 추모 글귀. 양형욱 기자연단에서는 군 사망 사건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고(故) 윤승주 일병 어머니 안미자씨는 "우리 아들의 추모제에 오신 분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며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이런 자리에 서서 착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이제는 대통령이 앞장서서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 죽음이 헛되지 않았나 수도 없이 물었다"며 "매번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런 것들을 하지 않아서 죽음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故) 홍정기 일병 어머니 박미숙씨는 마이크를 잡고 채상병을 추모하는 편지글을 낭독했다. 박씨는 "하늘에서 누가 잘못했는지, 누가 너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지켜보고 꼭 벌을 내려 달라"며 "군 복무로 인한 억울함이 없는 대한민국이 되고,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네가 평안하게 영면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채상병 순직 사건 1주기인 19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채 상병 1주기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양형욱 기자채상병 순직 사건 1주기인 19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채 상병 1주기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양형욱 기자
해가 떨어지기 시작해 어둑해진 오후 7시, 시민들은 각자 주최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촛불에 불을 켜고 "채상병 사망 사건 진상을 규명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양옥희 회장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진영종 공동대표는 연단에 올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다.
 
해병대예비역연대도 같은날 오전 서울 중구 '채상병 1주기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채상병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해병대예비역연대 정원철 회장은 "우리의 이웃이고, 한 가정의 아들이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해병대를 택해 군 복무하다 순직한 20살 청년의 문제"라며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제3자 특검법, 진정으로 채해병을 위한다면 지금 즉시 발의해 달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정 회장을 포함한 전(前) 해병대원과 가족들은 영정사진 앞에서 채상병에게 바치는 편지를 낭독했다. 이들은 "그날 저녁 비보는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다"며 "전역하고 나서 해병대를 잊고 살았던 나조차도 그랬으니 모든 해병대 예비역들은 한 마음 아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해병대에 충성한 채해병을 위해 대한민국과 해병대가 전부 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해병대답게 '안되면 될 때까지' 우리는 싸워가겠다"며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해병대 채상병 순직 1주기인 19일 청계광장 시민분향소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해병대 채상병 순직 1주기인 19일 청계광장 시민분향소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분향소가 운영된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450여명의 시민이 이곳을 찾아 채상병을 추모했다. 정 회장은 "지난 이틀 간 이 천막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었다. 채해병이 떠난 작년에도 이렇게 비가 많이 오고 날씨가 안 좋았는데 같은 상황이다 보니 마음이 더 울적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해병대는 이날 경북 포항 해병대 제1사단에서 추모식을 거행했다. 추모식에는 유가족 등이 참석했다.
 
전날에는 채상병의 고향인 전북 남원시에서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남원지역 시민사회 구성원들은 오후 7시 남원예촌광장에서 '채해병 추모 및 특검 거부 규탄 문화제'를 진행했다. 문화제는 용성중과 성원고 학생회장의 추모사와 함께 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의 기도, 촛불행진으로 이어졌다.
 
남원 해병대 전우회 김용기 회장은 "수사의 외압과 범죄 은폐로 채상병의 억울한 죽음을 파묻고 진상 규명을 거부하는 윤석열 정권은 퇴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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