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후보 중도사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결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두 사람의 대북정책 방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해리스와 트럼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인식과 대북정책 방향에서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는 지난 2019년 8월 미국외교협회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 잘 나타나있다.
그는 당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무기 프로그램을 일부 해체하는 대가로 대북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해주는 합의문에 서명할 것인가'라는 질의에 "나는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교환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보장하겠다는 말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8년과 2019년의 북미정상회담을 겨냥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실질적 양보도 담보하지 못한 채 김정은에게 홍보의 승리를 안겨줬다"고 비판하며 "우리는 궁극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성과를 부정하는 이런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해 9월 한 방송에 출연해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있어 우리는 매우 분명하고 일치된 입장"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녀는 특히 지난 2022년 9월 비무장지대를 방문했을 때 김정은 정권을 향해 "북한에는 악랄한 독재정권,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 인권침해가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인권을 침해하는 악랄한 독재정권'이라는 그녀의 인식이 바뀌었을 가능성은 없다.
해리스 부통령은 다만 "단순히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실패하는 방법임이 분명하다"고 말해 북핵 협상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를 남겼다. 전체적으로 현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기조와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훨씬 더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그는 지난 18일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할 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콕 집어 언급했다. 트럼프 후보는 "나는 (과거에) 김정은과 잘 지냈고 (향후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그와 잘 지낼 것"이라며 "그 역시 내가 돌아오기를 바랄 것이고 나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뒤인 20일 미시간 주에서 열린 첫 유세에서도 트럼프 후보는 김정은을 거론했다.
그가 대통령 시절 김 위원장에게 "당신은 너무 많은 핵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긴장 풀고 야구 경기나 보러 가자, 우리는 양키스 경기를 보러 갈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다.
트럼프 후보가 이처럼 김정은을 계속 언급하는 것은 대선 과정에서 화제를 모으기 위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후보 간의 논쟁 등을 통해 북한 핵문제가 대선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해리스가 후보로 나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현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과 큰 차이가 없겠지만,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대북정책에서 매우 과감한 국면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김정은이 원하는 대로 한국정부를 일부 '패싱'하며 북핵문제를 직접 논의하는 판을 만들 수도 있다. 바이든 정부 때 합의한 워싱턴 선언과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정상적인 가동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이 있다.
트럼프가 평소 요구하는 대로 주한미군 방위분담금의 증액은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대가로 우리 정부가 과연 무엇을 얻어낼지도 관건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번 미국 대선은 한반도 문제의 향방을 가르는 주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