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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 쓰나미' 광주 콜택시 줄폐업…디지털 약자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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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T 쓰나미' 광주 콜택시 줄폐업…디지털 약자 어쩌나

    한때 10개 넘던 콜택시 업계, 사실상 1개만 생존
    막대한 자본과 편리함 앞세운 카카오T 생태계 점령
    노약자 등 전화로 택시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
    경쟁 대형 플랫폼과 손잡고 자구책 모색…얼마나 버틸지

    광주 빛고을콜택시. 김한영 기자광주 빛고을콜택시. 김한영 기자
    광주지역 콜택시 업계가 대형 플랫폼 업체 카카오T에 밀려나면서 사실상 생태계가 잠식 당한 가운데 신기술 활용이 어려운 디지털 약자를 위한 유일한 수단인 지역의 콜택시 어플리케이션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가 계속되고 있다.

    광주 서구 서광병원 앞 거리. 장애로 다리가 불편한 70대 노인이 광주 빛고을콜택시를 이용해 택시를 잡았다. 1㎞도 안 되는 기본요금 거리에 있는 또 다른 병원을 가기 콜택시를 부른 것이다. 노인은 요금 대신 서구청이 제공하는 장애 노인들을 위한 돌봄콜 바우처를 요금 대신 제출했다.
     
    택시 기사는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 같은 경우는 대형 택시 호출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한다"면서 "100m 이상도 못 걷는 노인들이 콜택시를 부르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는 한때 우리콜택시, 무등콜택시 등 10개가 넘는 콜택시 업체가 각축을 벌였지만 최근 10년 사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 2015년 자본력과 편리함을 앞세운 대기업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의 등장으로 설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휴대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문모(62·여)씨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급하면 전화로 콜택시를 불렀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콜택시 불러도 잡히지도 않아 딸이 카카오 T를 이용해 잡아주는 택시를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콜센터 업계에 따르면 광주에서 이런 방식으로 콜택시를 이용하는 건 수는 하루 평균 2500건에서 3천여 건 정도다. 콜택시 이용객은 스마트폰 조작이 서툰 노약자들이다.

    광주에서는 콜택시 이용객들이 줄면서 광주 빛고을콜택시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있던 월드콜은 적자를 이유로 센터를 인천으로 옮기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빛고을콜택시 어플. 김한영 기자광주 빛고을콜택시 어플. 김한영 기자특히 광주 빛고을콜택시는 노약자 등이 조작하기 어려운 어플 대신 전화로 택시를 잡을 수 있는 지역 내 유일한 수단이다.

    광주 빛고을콜택시 서영권 대표는 "젊은 사람들은 카카오T 택시도 있고 부를 수 있는 택시가 많다"면서 "빛고을콜택시가 문을 닫으면 어르신 등 디지털 소외계층이 택시를 이용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광주 빛고을콜택시의 기본요금 5300원으로 택시 기본요금의 4300원보다 1천 원이 더 비싸다. 다만 기본요금만 넘어가면 택시미터기 요금대로 받는다. 광주 빛고을콜택시의 요금과 카카오T의 요금은 기본 거리만 벗어나면 동일하다. 카카오T보다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T 블루의 경우 기본요금에 추가된 요금을 주고 이용할 수 있다.

    광주 빛고을콜택시를 이용하는 택시기사들이 내는 회비는 월 6만 원이다. 광주 빛고을콜택시에 가입한 택시기사는 500여 명이다.

    반면 무료로 가입할 수 있는 현재 카카오T는 광주지역 택시 8천여 대 대부분이 가입되어 있다. 카카오T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콜이 들어오면 3만원 정도 회비를 내는 맴버십 가입자를 우선 호출하고, 이어서 카카오T 블루 가맹 택시, 그 다음 무료로 이용하는 택시기사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전체 매출의 4~5%를 수수료로 내는 카카오T 블루에 가입된 택시는 2천여대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멤버십이나 가맹·비가맹 등에 따라 배차 우선순위가 정해지지는 않는다"면서 "평점, 수락률, 과거 운행 패턴 등 여러 가지 변수를 반영하는 'AI 배차 시스템'과 'ETA(도착 예정 시간) 스코어 배차' 방식을 병행해 배차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광주 빛고을콜택시 측은 1천 명이 가입해야 카카오T와 대항해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가입자를 2배로 늘려야하는 것이다.    

    이에 광주 빛고을콜택시는 생존을 위해 카카오T의 경쟁 업체인 또 다른 대형 플랫폼 '티머니 온다'와 손을 잡았다. 티머니 온다는 티머니가 운영하고 있는 택시 호출 플랫폼이다. 조만간 콜택시와 연동을 통해 어플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성할 방침이다.

    티머니 온다를 이용할 경우 별도의 추가요금 없이 적립까지 가능하다. 티머니 온다를 이용한 택시기사들은 수수료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 콜업체와 손잡고 혜택만 제공하는 티머니 온다가 어느 정도 생태계를 조성하면 카카오T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광주 빛고을콜택시는 최근까지 개인택시만 가입이 가능했지만 오는 8월부터는 법인 택시 가입을 허용했다.

    택시기사가 광주 동구에서 콜을 잡고 있다. 김한영 기자 택시기사가 광주 동구에서 콜을 잡고 있다. 김한영 기자 지난 2020년에도 카카오 T에 대항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앞서 광주시 택시운송사업조합은 지난 2020년 광주형 택시 플랫폼인 '광주리본택시'을 만들고 정식운영에 들어갔다.

    '광주리본택시'는 택시조합이 자체적으로 선보인 전국 첫 사례로 눈길을 끌었다. 출시 당시만 해도 광주지역 법인 택시 회사 76곳 가운데 50여 곳 2200여 대 차량이 '광주리본택시' 앱을 이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광주리본택시는 열악한 자금 사정에서 운영되면서 카카오 T를 넘지 못했다. 광주시 택시운송사업조합은 측은 카카오 T를 이용하지 않는 택시를 대상으로 가입자를 받으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관리 없이 방치되면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광주시 택시운송사업조합 권동규 국장은 "광주형 플랫폼으로 야심 차게 만들었지만 카카오 T의 벽을 넘지 못했다"면서 "지금은 조합에서도 광주리본택시를 관리하지 않고 있으며 주관하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광주시는 대형 플랫폼 이용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카카오 측에서 이용현황을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어 파악이 어렵다"면서 "대신 요양병원 등을 대상으로 빛고을콜택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에 등록된 택시 수는 지난 6월 기준 법인택시 3334대, 개인택시 4781대 등 모두 8115대다. 이 가운데 운영 중인 택시는 법인 2413대, 개인 4767대 등 모두 7180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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