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복지관 김정옥 관장◇박혜진>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급속히 빨라지는 가운데 제주 지역 장애인들도 고령 장애인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기 노화를 겪는 장애인들의 현실과 사회적으로 어떤 부분들이 개선돼야 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마련을 했는데요. 오늘은 발달장애인들의 복지에 힘쓰고 있는 제주도 사회서비스원 우리복지관의 김정옥 관장 스튜디오에 모시고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제주도 사회서비스원 우리복지관이 어떤 곳인지부터 소개해 주시죠.
◆김정옥> 저희 복지관은 발달장애인들을 지원하는 곳이고요. 지방자치단체 출자 출연기관인 재단법인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서비스원에 소속되어 있는 시설입니다. 제주에는 6개의 장애인복지관이 운영 중인데 우리 복지관은 그중에 한 곳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박혜진> 주로 어떤 사업과 역할들을 하는지도 소개해 주시죠.
◆김정옥> 제주도에는 4700여 명의 발달장애인들이 계세요. 그들을 둘러싼 가족과 저희처럼 지원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일들을 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우리 복지관은 발달장애 영유아에서부터 고령장애인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여러 많은 사업들을 추진해 오고 있는데요. 우선 장애 당사자를 위해서는 재활 서비스, 돌봄 서비스, 스포츠 여가, 청소년기 진로 탐색, 성인기 자립 지원 등의 당사자와 가족들을 위해서 계속 소통하면서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잘 지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복지관 전경. 우리복지관 제공◇박혜진> 제주 지역 발달장애인들의 고령화 실태는 어떤지도 궁금한데요.
◆김정옥> 제주에 등록된 장애인은 3만6900명 정도 되고요. 이 중에는 발달장애만 있는 게 아니라 많은 여러 유형의 장애인들이 등록돼 있는데 그분들 중 65세 이상 장애인 분들이 1만8900명 정도로 51% 정도 되고요.
이 중 65세 이상 된 발달장애인이 242명입니다. 전국 등록 장애인 대비 제주도의 65세 이상 등록 장애인은 사실 다소 낮다는 게 저도 좀 의아했습니다. 전국 평균은 65세 이상 장애인이 54.7%인데 제주도는 51% 정도입니다.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아울러 발달장애라고 하는데 지적장애인 분들은 고령이 더러 있으세요. 근데 자폐성 장애인은 제주도에서 최고령 장애인이 50세입니다.
최근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서 조금 더 연령을 낮춰 40세 이상으로 발달장애 현황을 본다면 30% 정도 되더라고요. 통상 사회에서는 65세 이상을 고령이라고 하는데 발달장애인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예외적인 상황이 인정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혜진> 발달장애인들의 고령화는 몇 살부터 시작이 된다라고 볼 수 있을까요?
◆김정옥> 우리 복지관에도 고령 장애인분들이 몇 분 이용하고 계신데요. 통상 생각했을 때 65세 이상이라고 하면 저희 복지관은 아무도 없고요. 40대와 50대 분들은 저희가 몇 년 전부터 알고 계셨던 분들도 계시니까요. 근데 그때와 지금은 너무 많이 달라졌어요.
저희가 생각했을 때 비장애 중장년과 발달장애 분들의 체력적인 부분이나 정서적인 부분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이 들어요. 발달장애인들의 고령은 우리가 말하는 고령이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저도 현장에서 느낍니다.
그분들을 지원하는 저희 직원들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했다가 그 분들의 속도나 강도로 운영하기에는 너무 어렵다라는 얘기들을 하는 걸 보면 저희 경험으로 볼 때 65세를 고령 장애인으로 하기에는 정말 무리가 있겠다라고 보여집니다.
◇박혜진> 발달장애인들에게 고령 장애인은 몇 살 정도로 짐작하실 수 있겠어요?
◆김정옥> 너무나 주관적인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해 학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해요. 다만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65세 이상을 똑같이 기준으로 적용하는 건 아니라는 게 사회적인 공감대가 되어 있고요.
얼마 전 제주도의회에서 현지홍 의원이 중장년 지원 조례를 만들어주셨더라고요. 전국 최초인데요. 40세~65세 미만으로 규정이 되어 있어서 발달장애인들은 지원을 받을 수 있겠다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했습니다.
◇박혜진> 발달장애인들은 조기 노화로 주로 어떤 어려움을 호소하세요?
◆김정옥> 발달장애인 같은 경우 평상시 본인이 어디가 아픈지 어떻게 불편한지 소통하기가 사실 어렵잖아요. 그래서 건강검진 비율도 낮다보니 만성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견되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있고요.
사실 그것 때문에 큰 병으로 발전되고 난 후에 발견돼서 당황스러운 얘기,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발달장애 특성 때문에 어려운 점 사실 많고요. 조기 노화가 오더라도 본인이 노화 때문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주변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또 사회적으로도 지원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박혜진>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 체계에서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김정옥> 많죠. 발달장애는 사실 어릴 때 발견이 많이 돼요. 발견 시기가 언제인지에 따라서 앞으로 예후에 영향을 많이 미치거든요. 발달장애일수록 어느 시기에 발견돼 어떤 서비스가 빠르게 개입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이 시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녀가 발달 지연을 보이고 있을 때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누구의 도움을 받으면 좋을지, 여러 치료 서비스 기관을 찾아다니시거든요. 그에 대한 경비가 굉장히 많이 들어갑니다. 비용의 문제가 사실 떼래야 뗄 수 없는 문제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 걱정도 하고 정부에 건의도 하지만 아직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구요. 두 번째는 발달장애인들도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을 때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거거든요.
사실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을 위한 평생교육이나 장애인들의 진로에 대한 준비나 관심이 아직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실 발달장애 특성이 하나를 배워도 반복해서 배워야 되기 때문에 공교육 학습 과정 안에서 다 이루어질 수는 없습니다.
청소년기부터 본인이 원하는 게 뭔지, 나는 취업이 가능한지, 취업은 정말 하고 싶은데 장애가 심해서 어려운 건지 여러 갈래들이 있는데 좀 더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컨설팅이 주어지는 기관이 사실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것들이 좀 더 전달 체계 안에서 잘 녹아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자립입니다. 성인이 되면 다 독립하지 않습니까? 발달장애인들은 하고 싶어도 못 하세요.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경제적으로 취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집을 얻고 생활비를 보태는 것들이 어렵잖아요.
막상 기회가 주어졌을 때 발달장애인들이 혼자 살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연습이 필요하죠. 마트를 가거나 은행에서 업무를 보는 것,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본인의 여가 문화를 즐겁게 하기 위한 여러 자원을 찾아 나서는 것들이 모두 녹록지 않은데요.
조금 더 준비하고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면 발달장애인이나 가족들도 나이 들어감에 대한 불안함이 줄어 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혜진> 앞으로 우리 복지관에서 하고 싶은 계획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죠.
◆김정옥> 복지관이 문을 열기 전 발달장애 당사자들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가졌는데 학교나 직장, 다른 기관이 문을 닫는 주말이나 야간에도 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또 여러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 원스톱 서비스를 했으면 좋겠다, 장애 특성으로 도전적 행동이나 신변 자립이 어려운 발달장애인들도 지원하는 기관이 되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주문이 있었습니다. 그런 얘기들을 바탕으로 사업 계획을 짜고 있고 우리 복지관만의 어떤 차별화된 사업이 뭘까 지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돼 정말 좋은 사업들을 해보고 싶은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평생학습축제 2023년 우리페스티벌. 우리복지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