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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알고 있었으면서"…피해는 '눈덩이' 수습은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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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몬, 알고 있었으면서"…피해는 '눈덩이' 수습은 '요원'

    피해자들 밤까지 티몬 본사·신사옥 농성
    티메프(티몬+위메프) "7월 분 취소해 주겠다"
    피해 규모 파악 불가…대책 마련 없어

    25일 밤 티몬 신사옥 앞 피해자들. 박성은 기자25일 밤 티몬 신사옥 앞 피해자들. 박성은 기자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금 지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피해자들은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위메프가 본사에 찾아간 피해자들에게 환불 절차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반면 티몬은 무응답으로 일관해 피해자들이 티몬 신사옥을 점거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티몬과 위메프, 이들의 모기업인 큐텐 측은 이같은 상황에도 제대로 된 상황 설명이나 대책 마련 등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까지 나섰지만 여전히 사건의 당사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대규모 환불 사태는 장기화 될 전망이다.

    우왕좌왕하다 결국 떙볕에 본사 앞으로 집결한 피해자들


    "티몬에 100번 넘게 전화했는데도 안 받아요"
    "환불하려는데 계좌입력도 안 되네요"
    "여행사에서는 재결제하라고만 하는데 돈 날리면 어떡해요?"

    24일 오전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만 티몬 본사 앞에는 200여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티메프 정산금 지연 사태가 보름 넘게 이어지자 참다 못해 땡볕이 내리쬐는 거리로 나섰다. 900만 원어치 상품권을 구입했지만 환불을 아직 받지 못했다는 이모(32)씨는 "결제한 카드사에서는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하고 티몬쪽 에서는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 "취소도 환불도 안 되니 답답한 마음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8월에 터키로 가족여행을 계획해 패키지 상품을 구매했다는 김모(48)씨도 천안에서 티몬 본사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김씨는 "5년간 적금을 부어 여행 패키지 상품을 구매했는데 티몬은 연락도 안 되고 여행사에서는 재결제를 하라는 말 뿐이다"라며 "지푸라기 붙잡는 심정으로 결제 내역을 전부 출력해 왔다"고 말했다.

    위메프 본사에서 새벽부터 환불 절차가 진행되자, 티몬 피해자들은 티몬 본사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티몬 본사 문은 굳게 닫혔고, 피해자들은 땡볕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위메프 본사, 모회사인 큐텐 사무실, 티몬 신사옥까지 하루 종일 '뺑뻉이'를 돌아야만 했다.

    결국 티몬은 이날 오후 5시 45분이 되어서야 양사의 공동 보도자료 형식으로 정산금 지연 사태와 관련한 첫 입장을 내놨다. 정산 문제로 여행 계획에 차질이 생긴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7월 출발 일정 여행 상품의 빠른 취소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8월 출발 일정의 여행 상품 구매 고객에 대해서도 일자에 따라 순차적으로 구매 취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정확한 구매 취소 일정 및 방법은 추후 안내하겠다고만 했다. 티몬 류광진 대표는 "피해 구제, 결제 재개 등을 통해 고객과 판매자의 불안감을 덜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정산 지연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전할 뿐 이날 피해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티몬 無 대응 "위메프 피해자들 부러울 지경"…수습 요원

    티몬 신사옥 내부. 박성은 기자티몬 신사옥 내부. 박성은 기자
    위메프는 이날 비교적 적극적으로 피해자들과 소통했다. 위메프 류화현 공동대표는 피해자들이 새벽까지 본사 앞을 떠나지 않자, 오전 1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3시부터 일부 피해자들에게 환불 금액이 입금되기도 했다. 현장 환불 소식을 들은 위메프 피해자들이 아침 일찍부터 본사를 찾았다.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경찰 인력도 배치됐다. 위메프 류 대표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 나타나 "오늘은 고객이 가장 급하게 원하시는 환불을 완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반면 티몬 피해자들은 이날 자체적으로 순번을 나눠, 조별로 '티몬 본사→위메프 사무실→큐텐 사무실→티몬 신사옥'을 순회하며 방문했지만 단 1명의 관계자도 만나지 못했다. 이날 오후 공정위 소속 직원들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티몬 신사옥을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서자, 이 틈을 타 피해자 일부가 사옥 일부로 들어갔다. 이들은 회의실 내부에 있는 공정위 관계자와 경찰 관계자, 티몬 직원 등을 나가지 못하게 철통 방어하는 한편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피해자 일부는 티몬 직원들이 챙기지 못하고 두고 간 업무용 다이어리 등을 펼쳐보며 "직원들이 이번 사태를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피해자들에게 미리 고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6월 쯤부터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이어리에는 "컨트롤타워 부재, 정상화 어려움 판단, 기업회생 고려, 직원 처우 불안" 등의 메모가 적혀 있었다. 또 다른 메모에는 "오늘부터 환불 X"라고 적혀 있기도 했다.

    본사 내부에 있던 피해자들은 조사를 나온 공정위 직원을 상대로 상황 설명을 듣고 "직원을 불러오라"고 항의했다. 이날 밤 늦게까지 600여 명 가까이 되는 피해자들은 티몬 신사옥 인근에서 관계자를 기다렸다. 공정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 취재진을 만나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상부에 보고하겠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이 이토록 본사까지 점거하며 항의를 하는 이유는 수습이 요원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티몬이나 위메프가 자본이 넉넉하다면 일시적 위기를 극복하겠지만, 자본 여력이 없어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몬과 위메프는 모두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상태인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문제는 티메프의 경우 해외 여행 상품을 산 사람 중에는 일반 소비자 뿐 아니라 수많은 중소 판매자(셀러)들이 많다는 점이다. 연쇄 도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에 등록된 사업자 수는 6만명에 달하고 미정산된 금액은 1700억원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정산된 금액과 실제 피해액은 다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0만 원짜리 상품을 판매했다고 하면 이 중에 알선수수료를 제외한 비용을 항공사와 호텔에 정산하는 구조"라며 "거래대금 외에 실제 피해액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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