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우산과 부채 등으로 햇빛을 막으며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역대 가장 무더운 7월이었다. 지난달 전국에서 열대야는 평균 8.8일 발생했다.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7월 기준 최대 일수였다. 전국 183개 지역 중 180곳에 폭염특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 현상은 8월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따뜻한 성질의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덮었고,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이례적으로 길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측 이래 가장 무더웠던 7월 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열대야 일수는 평년(2.8일)의 3배를 넘어선 8.8일이었다. 지난해 7월 기준 열대야 일수 2.6일을 훨씬 뛰어넘는 기록이다. 이전 최고 기록은 8.5일(1994년)이었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해가 떨어지고 나서도 열이 밖으로 방출되지 못해 발생한다.
기상청은 1일 정례 브리핑을 열고 "습하고 더운 북태평양고기압과 따뜻한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 중첩한 가운데 서풍에 의해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고 있다"며 "기압계가 자리를 잡고 강해질 때 가장 더운데 지금은 8월 초입이라 앞으로 기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7월 21일 이후로 12일째, 강릉을 7월 19일 이후 14일째, 제주는 7월 15일 이후 18일째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대구 역시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된 열대야가 13일 연속 이어지고 있어 역대 다섯 번째로 긴 열대야를 기록했다. 앞으로 계속 무더울 것이란 기상당국의 예보를 고려하면 열대야 기록이 경신될 가능성도 높다.
높아진 밤 기온…'폭염'으로 돌아온다
연합뉴스전문가들은 열대야가 한낮 기온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지상에서 나가는 에너지를 다량의 수증기가 잡아두면서 한낮 온도가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폭염' 악순환을 만든다는 것이다.
부산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 하경자 교수는 "야간에 열기를 붙잡아두는 수증기가 많거나, 전날 높은 기온이 내려가지 않아 폭염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올해는 강수도 적지 않았고, 해수 온도도 높아 수증기가 계속 공급돼 25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일어나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손석우 교수는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에 공급되는 수증기로 인해 지상의 온도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한반도 대기 중하층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상층에는 티베트 고기압이 자리 잡으면서 한반도 전체가 고기압성 순환에 영향을 받아 일조량이 많아 낮기온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한반도로 수증기가 꾸준히 유입되며 온도 역시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폭염일수는 4.3일로 평년 기준(1973~2024년 평균) 4.1일을 넘어섰다. 전날에는 전국 특보지역 183곳 중 180곳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폭염경보와 폭염주의보는 각각 일 최고기온이 35도,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내외로 올라 매우 무더우니 수분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야외활동을 자제하면서 식중독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2일 '폭염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어 폭염으로부터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기관별 주요 대처방안을 발표했다. 행안부는 폭염 위기경보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