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고조된 레바논 베이루트의 국제공항.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최고위급 인사들을 살해한 후 이란을 중심으로 연일 반격에 대한 메시지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 등이 이란·레바논에 거주하는 자국민에 대해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하마스는 피살된 이스마일 하니예의 후임 선정에 돌입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주재 미국 대사관은 레바논에 있는 자국민에게 확보할 수 있는 모든 항공편을 이용해 즉시 레바논을 떠나라고 권고했다.
대사관은 여러 항공사가 레바논으로의 운항을 중단하거나 취소했고 많은 항공편이 매진됐지만 "레바논을 떠나는 상업용 교통은 여전히 이용이 가능하다"며 "즉시 출발하지 않거나 최선호 노선이 아니더라도 어떤 것이든 예약하라"고 당부했다.
레바논에 머물기로 했다면 '비상계획'을 준비하고 "장기간 대피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외교부도 이날 성명에서 자국민에게 지금 당장 레바논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영국은 군인과 영사 담당자를 파견해 자국민의 대피를 돕겠다면서도 "상업적 선택권이 남아있는 지금 출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스웨덴, 프랑스, 폴란드 등이 레바논과 이란, 이스라엘을 탈출할 것과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31일 베이루트를 공격해 헤즈볼라 고위급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한 지 몇 시간 만에 이란혁명수비대가 관리하는 귀빈용 숙소에 머물고 있던 하니예까지 암살했다.
이에 이란의 보복이 임박했고, 친이란 무장세력인 헤즈볼라 역시 보복에 가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헤즈볼라가 더 넓고 깊은 목표물을 선택해 (보복)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본다"며 "이는 군사적인 목표물과 수단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대표부는 이런 전망의 근거로 "지금까지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은 군사작전 시 암묵적으로 국경과 인접 지역으로만 한계를 설정해왔다"며 "하지만 이스라엘이 베이루트의 주거용 건물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이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스라엘이 맞대응 할 경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전면전은 물론, 중동에서 가자전쟁을 넘어선 광범위한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한편 하마스도 하니예의 후임 선정에 돌입하는 등 대응 속도를 올리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하마스의 성명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흘간의 애도 기간이 오는 4일에 끝나면 하마스 정치국이 지도자 후보에 대한 논의에 돌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마스 정치국장 임기는 4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다. 평상시라면 하마스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슈라(Shura) 위원회를 열어 새 정치국원 15명을 선출한 뒤 이들이 정치국장을 뽑는다. 다만 지금은 가자지구 전쟁으로 정치국원들이 중동 도처에 흩어져있는 만큼 차기 국장 선출을 위한 토론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