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불법 리베이트' 행위로 적발된 의약품들에 대한 가격 인하 처분은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타당한 조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최근 전문의약품회사 A사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약제 상한금액 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사 임직원들은 지난 2009년 2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의약품 판매 촉진 목적으로 전국 병·의원 개설자 및 종사자들에게 총 3433회에 걸쳐 약 44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2016년 12월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이들은 또 2013년 1월 8일과 2014년 7월 30일에도 총 1억2천만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2017년 2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18년 9월 20일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한 것이 확인된 A사의 130개 약제에 대해 상한금액을 평균 6.54% 인하하는 내용의 '약제 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를 고시했다.
A사는 법원에 해당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11월 1심 법원은 "약가인하율 산정과 관련해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며 해당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2심을 거쳐 2021년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한편 A사는 2019년 7월에도 대법원에서 2007년부터 2017년 사이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으며, 총 3차례에 걸쳐 약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받았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는 재처분 절차에 착수했다. 확정된 3건의 형사판결을 기반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등을 거쳐 A사의 122개 약제에 대해 평균 9.63%를 인하하는 내용의 '약제 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를 2022년 4월 고시한 것이다.
이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2조 제2항 등이 내부 고시 약제조정기준에 따라 '판매촉진을 위하여 금품을 제공하는 등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한 것이 확인된 약제'의 상한금액은 정한 기준에 따라 조정하도록 규정하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A사 측은 "특정 약제들은 리베이트와 관련성 없으므로 부당금액을 산정할 때 제외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재처분의 '인하'에 대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재차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의 처분이 급여대상 약제의 상한금액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성격과 리베이트의 근절이라는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제재의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다고 본다"며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리베이트가 가격 결정이나 개별 의약품의 선택에 미친 영향을 과학적으로 계량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앞서 본 상한금액 조정처분의 제재적 성격에 비추어 위 처분의 목적이 오로지 약제에 내재한 거품을 수학적·통계학적으로 정확하게 도려내는 데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볼 것도 아니"라고 봤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이어 "따라서 의약품을 특정하지 않았을 때 관련 제약사가 취급하는 모든 의약품을 기준으로 조정대상 약제를 선정하도록 한 이 사건 지침은 충분히 합리성과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이러한 선정 방식이 관계 법령의 형식, 취지 등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재판부는 '불법 리베이트' 관행에도 경종을 울렸다. 재판부는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지 못하면, 의약품의 선택이 리베이트 제공 여부에 따라 좌우될 우려가 있고 그 비용은 의약품 가격에 전가돼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줌으로써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원고가 주장하는 불이익보다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고 하는 약가의 합리적 조정, 리베이트의 근절이라는 공익이 더 중대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