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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 최소 일주일 더…최강 폭염, 처서도 녹인다

날씨/환경

    '잠 못 드는 밤' 최소 일주일 더…최강 폭염, 처서도 녹인다

    최장 '열대야' 기록…평년보다 3배 길다
    바다 온도 상승이 열대야 원인으로 꼽혀
    '처서' 낀 이번 주 비 소식…더위 그대로
    매해 더 더워질까…커지는 기후위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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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여름은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8월 22일) 이후까지 무더위가 지속되는 기록적 계절로 남을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유독 밤 더위도 심하다. 역대 최장 열대야 기록이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연일 경신 되고 있어 밤낮 없는 찜통 더위로 인한 피해도 확산 중이다.
     

    최장 '열대야'…최소 일주일은 더 간다

    18일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18.9일로, 평년 9.5일에 비해 2배, 열대야 일수는 15.9일로 평년 5.7일과 비교해 3배나 길게 나타났다.
     
    폭염은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열대야는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현상을 뜻한다.
     
    무엇보다 밤에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 열대야까지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올해 여름은 역대 가장 견디기 힘든 여름으로 각인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이번 여름 이전까진 최악 폭염의 해로 불렸던 지난 2018년 때의 '26일 연속 열대야' 기록마저 깨졌음에도, 더위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른다. 서울은 28일, 부산 24일 연속 열대야가 이어지며 최장 기록이 연일 깨지고 있다. 기상청은 앞으로 최소 일주일 간 '잠 못 드는 밤'이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례적인 열대야의 주요 원인으론 한반도 주변 바다의 온도 상승이 꼽힌다. 바다에서 데워진 대기 중 다량의 수증기가 온실효과를 일으키면서 지면의 열기가 밤이 돼도 빠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열대야가 일어나는)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있겠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효과는 바다의 온도가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더위로 전국 곳곳에선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전날 경기 하남시에서 열린 야간 달리기 대회에선 참가자 중 28명이 더위에 탈진해 이 중 19명이 병원으로 실려 가기도 했다. 대회 당일 저녁 기온은 30도를 넘는 '초열대야'를 기록했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지난 16일까지 23명이 더위에 숨졌다.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2704명이다. 16일 충남 예산군에선 87세 여성이 집 창고에서 의식 없이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18일에도 마찬가지로 충남 예산군의 한 농장에서 작업을 하다가 병원으로 옮겨졌던 40대 외국인 남성이 사망했다. 이들을 포함해 충남 지역에선 이달 들어 온열질환으로 총 3명이 숨졌다.

    전국의 양식장에선 높아진 수온을 견디지 못한 어류 140만 마리가 폐사했다. 또 닭 등 가금류 84만 8천 마리 등 폐사 가축도 90만여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처서' 지나도 무더위 기세 지속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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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에는 비 소식이 있다. 19일 오후 제주와 남해안을 시작으로 22일까지 전국 곳곳에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됐다.
     
    비로 인해 낮 더위가 다소 누그러질 수 있지만, 열대야 기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비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비가 그치고 난 이후 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 한다'는 절기상 '처서' 효과도 기대하기는 어렵다.
     
    비구름을 몰고 오는 열대저압부가 한반도에 열기를 끌어와 비 오기 전 더위가 더 심해지고, 비에 의한 기온 하강 폭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비가 그친 23일부터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뜨거운 바다 위를 지난 남서풍이 불어 들어 찜통 더위는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 변화로 '폭염' 더 강해지고, 길어질 듯

    특히 우려되는 대목은 지구 온난화로 폭염도 매해 점차 강해지고,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립기상과학원 '남한 상세 기후변화 전망'에 따르면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21세기 말 한국은 1년의 절반 가량이 여름이 된다. 폭염 일수도 수도권의 경우 86.4일까지 폭증하게 된다.
     
    올해 폭염은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지난달 지구 표면 온도 평균은 섭씨 17.01도로 측정돼 175년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조천호 전 원장도 "대기 중 열을 잡아두는 온실가스가 늘어 폭염과 열대야는 늘어날 것"이라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후 변화로) 평균온도가 1도 상승하면, 수증기는 7% 늘어난다. 수증기는 굉장히 온실 효과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기상청은 처음으로 '폭염 백서'를 마련하기로 했다. 폭염이 과거보다 극심해지면서 재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폭염은 이미 재난안전법상으로도 '자연 재난'에 속한다. 최악의 여름이었던 2018년에는 폭염으로 48명이 숨졌고, 올해에도 23명이 더위에 숨졌다.
     
    백서에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겪은 폭염과 폭염이 발생하는 원인과 구조, 중장기 폭염 전망, 폭염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이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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