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다시 맞붙게 됐다. 이 대표는 얼어붙은 정국을 풀겠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에게 각각 회담을 제안했는데, 한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며 여야 대표 회담 조율이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다만 이들은 논의할 의제를 두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샅바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이 더 유능한 수권정당"이라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보다 우위에 서고자 '채 상병 특검법'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으로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한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이슈로 대응하며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李 제안으로 여야 대표 회담 '급물살'…"조율점 찾길 기대"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당 대표 비서실장 등 실무진끼리 접촉한 끝에 오는 25일 국회에서 양당 대표 회담을 가지기로 했다. 양당 대표가 모두 만남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이 대표가 제안한 지 하루 만에 일정 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는 18일 대표직에 다시 취임하자마자 윤 대통령과 한 대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겐 의제를 제한하지 말고 국정에 대해 소통하자며 영수회담을 제안했고, 한 대표에겐 "시급한 현안을 격의 없이 의논하자"며 △채 상병 특검법 논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 내수 부진 타개 방안 △지구당 부활 등 민주 정치 발전 방안 등 3가지 안건을 제시했다.
관련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전에도 여야 교집합에 따라 합의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었지 않나"라며 "그런 일환에서 한 대표가 제안했거나 언급한 안건 3가지만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협의가 될 만한 것만 일부러 제안했으니 서로 조율점을 찾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영수회담은 대통령실이 "국회 정상화가 먼저"라는 입장을 내면서 사실상 무산된 반면, 한 대표의 경우에는 당 대표 간 회담에 즉각 "환영한다"고 밝혔다. 여야 대표 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국회에서 튼 물꼬를 바탕으로 영수회담 또는 대통령까지 참여하는 협의체가 가동돼 여야 접점을 늘려갈 가능성도 나온다.
그러나 회담 의제를 두고부터 양당의 우선순위가 달라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회담에서 '금투세 폐지'에 대해 토론하자고 밝힌 데 이어 "이제 민생 얘기만 해야 한다"며 "탄핵과 특검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공전하는 민생 정책을 풀어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민생'과 '대여(對與) 투쟁'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어 채 상병 특검법 논의를 미루진 않을 모양새다.
'특검법·금투세' 양당 내에서도 분분…성과 낼 수 있을까
당장 이번 주말로 회담 날짜는 잡혔지만 회담 성과를 위해선 각 당 내부 논의부터 진전시켜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채 상병 특검법과 금투세 시행에 대해 양당 내에서 당론이라 할 정도의 의견이 모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최근 김건희 여사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관여 의혹을 포함한 채 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하는 한편, 국민의힘을 향해 "조건 붙이지 말고 자체 특검법을 발의하라"며 여당안 발의를 촉구하고 있다.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제3자 추천 특검' 안을 꺼냈던 한 대표지만, 이 같은 민주당의 압박에는 "시한 제시는 뜬금없다. 당내 논의 중"이며 한 발 빼는 모습이다.
민주당에선 금투세 시행과 관련해 의원들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금투세 적용 기준 완화 또는 시행 시점 유예, 원래대로 시행 등 입장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물밑에서 토론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공식 논의는 전당대회 이후로 미뤄왔다. 이 대표는 한 대표의 '금투세 논의' 제안에 대해 "특별한 안건을 (논의)하지 말자고 할 필요는 없다. 국민의 삶에 관한 사안들은 제한 없이 얘기하면 좋겠다"면서도 민주당 안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아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후속 협의 후 대응에 나설 방침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