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베이징모터쇼 BYD 부스. 임진수 베이징 특파원"몇년 전만 해도 품질 문제로 중국차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동일 사양 차량 가격이 30% 이상 싼데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죠."
20일 베이징 거주 중국동포 A씨는 중국산 자동차를 구입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전에 현대차의 구형 그랜저를 10년 가량 몰았다는 그는 지난해 중국 창청자동차가 생산한 SUV 차량으로 갈아탔다.
A씨는 준중형 SUV로 풀옵션이 갖춰진 해당 차량을 구입하는데 보험과 각종 등록세까지 포함해 15만 위안(약 2800만원) 정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동급의 해외 브랜드 차량의 60~70% 수준의 가격이다.
A씨는 "반신반의하며 샀는데 지금은 크게 만족하고 있다"면서 "해외 브랜드 차는 구입 가격도 비싸지만 세금이나 유지 비용도 많이 들어서 주변 사람들이 점점 중국산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라고 뀌뜸했다.
수입차 브랜드를 선호하기로 유명한 중국인들이 점차 자국 브랜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인들은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품질 문제로, 또는 재력을 뽐내기 위해 수입차를 구매했다면 지금은 가성비를 앞세운 자국산 차량으로 대거 돌아섰다.
이는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들의 판매 비중은 지난 2022년 2월 56.6%까지 치솟았지만 올해 7월에는 33%로 급락했다. 수입차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토종 중국차 브랜드들이다.
그동안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던 독일의 폭스바겐은 최근 그 자리를 중국의 토종 브랜드로 세계 최대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생산업체인 BYD(비야디)에 내줬다.
중국자동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판매량은 14만 588대에 그쳤다. 반면 BYD의 판매량은 26만 300대를 기록해 거의 2배 차이로 가볍게 폭스바겐을 따돌렸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BYD의 판매 점유율은 지난 2022년 1월에만 해도 4.5%에 불과했지만, 불과 2년 반 만인 올해 7월 18.1%로 급등했다. 배터리부터 차량까지 수직계열화를 갖춘 BYD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자국 시장을 평정하고 있다.
2024 베이징모터쇼에 전시된 중국 최고급 브랜드 홍치의 컨셉트카. 임진수 베이징 특파원중국 부유층들을 상대로한 고급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최고급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중국 부유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독일 포르쉐의 올해 상반기 중국 인도량은 2만 955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33%나 급감했다.
이에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해외 브랜드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해 중국 후난성 창사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닛산도 창저우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했고, 혼다는 중국 합작법인의 근로자 감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은 노릇이다. 금융솔루션업체 제퍼리스의 필립 후쇼아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가볍게 떠날 수는 없다. 중국에서의 사업뿐만 아니라 중국 공급업체와 소비자의 영향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크라이슬러 모회사인 스텔란티스는 지난 2022년 중국 내 합작회사가 파산 신청을 하자 중국에서 철수했지만 1년만에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인 저장 립모터 테크놀로지의 지분 20%를 인수하며 중국 시장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