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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 토론회…"'대일청구권 자금 수혜기업의 사회공헌 제도화 해야"

사건/사고

    광복회 토론회…"'대일청구권 자금 수혜기업의 사회공헌 제도화 해야"

    광복회학술원 개원 기념 토론회
    코레일·농어촌공사·한국전력 등
    청구권 자금 지원받은 기업 30곳 달해
    전문가들 "수혜기업 사회공헌 제도화 필요"
    "법으로 사회공헌 강제성 부여해야" 목소리도
    이종찬 회장 "건국절 주장, 일본에 나라 팔아먹는 것"

    이종찬 광복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대일청구권 사회공헌 학술토론회 개회식에 참석해 최근 대한민국 독립과 건국을 둘러싼 갈등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종찬 광복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대일청구권 사회공헌 학술토론회 개회식에 참석해 최근 대한민국 독립과 건국을 둘러싼 갈등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복회가 학술원 개원을 기념해 '대일 청구권 사회공헌 학술토론회'를 21일 개최했다. 토론회는 내년 광복 80주년, 한일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일본에서 받은 대일 청구권 자금으로 성장한 기업들의 사회적 공헌 제도화를 논의하자는 취지로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렸다.

    광복회 유민 학술원장은 이 자리에서 "대일 청구권 문제는 일본 과거사 처리 문제와도 직결된다"며 "그동안 학술·연구 기능을 갖추지 못해 '대일 청구권' 개념 정립, 수혜기업 사회 공헌도 연구 등을 하지 못했는데 광복회 학술원 개원을 계기로 대한민국 정체성 확립 차원에서 이번 토론회가 뜻깊다"고 말했다.

    대일 청구권 자금이란 일제 식민지 정책 피해 보상 취지로 1965년 한일협정 타결 이후 1966년부터 10년 동안 무상공여(3억 달러), 유상자금(2억 달러), 민간차관(3억 달러) 형태로 받은 돈이다.

    대표 수혜기업은 포스코로, 대일 청구권 자금 가운데 1억 1948만 달러가 투입됐다. 이는 한국 정부가 일본에서 받은 유·무상 자금 5억 달러의 23.9%에 달하는 금액이다. 청구권 자금 수혜기업에는 수자원공사, 코레일, 농어촌공사, 한국전력 등 공기업 10곳, 외환은행 등 금융기관 5곳, 공공기관 2곳, 정부지분 참여기업 4곳, 민간기업 9곳이 포함됐다.

    광복회가 학술원 개원을 기념해 '대일 청구권 사회공헌 학술토론회'를 21일 개최했다. 박수연 PD광복회가 학술원 개원을 기념해 '대일 청구권 사회공헌 학술토론회'를 21일 개최했다. 박수연 PD
    이날 발제자로 나선 21세기 안보전략연구원 이종국 소장은 "박정희 정부는 '선(先) 산업화 후(後) 개인보상' 지원이라는 방침으로 대일 청구권 자금을 국가 기초 인프라 사업 지원에 집중 투입해 국가와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며 "순국 선열의 피로 얻은 채권인 '혈채'라는 의미에서 독립운동 후손과 민간인 보상이 이뤄지기는 했으나 그 수준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 국가의 일에 누가 나서겠느냐"며 "혜택 받은 기업들이 국민에게 체계적으로 보상하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작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라는 세계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선문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 이동원 전 전임연구교수는 '대일 청구권 사회공헌화 특별법안'을 제안했다. 수혜기업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기금을 출연케 해 국가의 자주독립을 위해 희생·공헌한 순국선열·애국지사와 그 유족을 돕고 민족정기를 선양할 수 있는 사업 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 교수는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3·1운동 정신과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성을 계승'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수행하지 못한 때가 일제강점기였다. 당시 피해자들의 훼손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회복시켜야 할 의무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지금의 정부가 국민에 대해 부담하는 보호 의무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구든지 내가 국가를 위하면 국가가 나를 구원해주고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준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목숨 걸고 국가를 지키지 않겠느냐"라며 "홍범도 선생만 해도 가족이 다 몰살됐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하게 매도하면 누가 국가를 위해서 노력하고 싶겠나. (독립유공자가) 무슨 죄인가"라고 반문하자 조용한 토론회장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 교수는 "1945년 8월 대한민국이 제국주의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지 약 80년이 지나 국가적·민족적 기틀을 어느 정도 회복한 시점에 수혜기업들의 참여를 통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그 대상기업의 범위를 정하고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CBS 홍제표 정치부 선임기자는 "대표 수혜기업인 포스코의 경우 2000년에 민영화 하면서 다 갚았고, 더 이상 국가와 사회에 빚이 없다고 한다"며 "법원도 포스코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해 직접적 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결했다"고 짚었다.

    홍 기자는 "1960년대 당시 한국의 GDP(국내총생산)가 30억~40억 달러 수준이었다. 포스코에 대한 지원 자금 1.2억 달러는 GDP의 3~4%에 달하는 금액"이라며 "2000년 포스코가 국가에 상환한 금액 3.9조 원은 당시 GDP 기준 0.4%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10분의 1만 갚아놓고 '우리는 빚이 없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갈수록 강화하는 주주 자본주의 흐름 속에서 기업들이 배임 가능성 때문에 확실한 명분 없이 기금을 출연하기 쉽지 않다"며 "특별법안으로 강제함으로써 출연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대일 청구권 사회공헌 학술토론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박수연 PD이종찬 광복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대일 청구권 사회공헌 학술토론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박수연 PD
    한편 이날 토론회 축사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은 "친일 분자를 제발 정부 요직에 앉히지 말라"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비롯해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인사들의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 회장은 "요즘 친일파들이 나와서 1948년 건국절을 이야기한다"며 "그 이전에 나라가 없었다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승만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으로 치켜세우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나라가 없었다는 얘기를 은밀하게 하는 것이다. 일본에 나라 팔아먹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겨냥해서도 "'반일 종족주의' 책을 쓴 사람이다. 왜 그런 사람을 자꾸 등용하느냐"며 광복회가 지난 15일 정부 주관 광복절 경축식에 최초로 불참한 데 대해 "제발 정부가 정신을 차려서 당당한 나라가 되자는 뜻"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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