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위안쥔. 홍콩 SCMP 캡처중국 톈안먼(天安門) 시위로 체포돼 장기간 옥살이를 하다가 풀려난 뒤 미국에 망명했던 중국인이 중국 정부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미국 검찰에 기소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홍콩 명보가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탕위안쥔(67)은 등록하지 않은 미국 주재 중국 정부 요원으로 불법적인 활동을 한 혐의를 적용받아 뉴욕 연방법원에 지난 21일 기소됐다.
중국 지린성 창춘 노동자 출신으로 1989년 6월 4일 톈안먼 시위 때 민주화운동 단체인 민주중국전선과 중국민주당 지도부에 참가했던 그는 시위를 조직했다는 이유로 최대 20년을 선고받은 뒤 복역하던 중 1997년 조기 석방되고서 2002년 대만에 밀입국한 데 이어 미국에 망명해 중국에 맞선 반체제 운동을 해왔다.
그가 활동해온 뉴욕에는 중국인이 50만명가량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 검찰은 이메일 계정과 암호화한 채팅, 문자 메시지, 음성 및 영상 통화 분석을 바탕으로 탕위안쥔이 민주주의 관련 시민단체를 운영하면서 중국 국가안전부(MSS) 관계자와 소통하고 미국 내 중국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정보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검찰은 특히 탕위안쥔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정기적으로 중국 정보 요원으로부터 지시받고 보고도 하는 관계였으며, 이와 관련한 조사를 하던 미연방수사국(FBI)에 중대한 허위 진술을 한 혐의도 있다고 본다.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로 작년 7월부터 강화된 반간첩법을 시행해온 가운데 미국 등 외국에서 활동하는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감시·통제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미국에 거주하는 반중 민주주의 활동가와 반체제 인사는 물론 잠재적인 중국 반대 세력에 대한 정보 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인다는 게 미 검찰의 판단이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중국 민주화를 촉구하는 활동을 해온 미국 거주 중국계 학자인 쉬진 왕(75)이 중국 MSS를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사실이 드러나 유죄 결정을 받은 바 있다.
1994년 교환 교수로 미국에 온 뒤 귀국하지 않고 지역 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가르치다 2003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왕씨는 중국 민주화 촉구 재단을 설립해 수많은 민주화 운동가와 친분을 쌓은 뒤 관련 정보를 MSS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미 법무부는 뉴욕 동부연방지법 배심원단이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그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으며, 최대 2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