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원전 등 동해안 일대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한전이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전기 고속도로'가 지자체 제동으로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수도권까지 200㎞ 이상 이어지는 동해안-수도권 초고압 직류송전(HVDC) 송전선로가 끝나는 길목에 있는 경기 하남시가 지난 21일 한전 동서울변전소 증설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약 7천억 원을 들여 기존 변전 시설을 옥내화해 확보한 여유 부지에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를 타고 온 전기를 받아 수도권 일대에 공급하기 위한 HVDC 변환소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초고압 송전망 끝에 위치한 HVDC 변환소가 없으면 2026년 6월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는 사실상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지적이다.
동해안 지역의 만성적인 송전 제약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의 용량은 총 8GW(기가와트)다.
현재 동해안 지역 발전량은 17.9GW에 달하는 반면 기존 수도권 송전망이 감당할 수 있는 전력량은 10.5GW뿐이어서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울진에서 시작된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는 경기 양평에서 두 갈래로 나뉘어 신가평변환소와 동서울변환소에 각각 4GW를 분배하도록 설계됐다.
신가평변환소가 이미 착공돼 건설 중인 상황에서 동서울변환소 건설이 불가능해지면 당초 계획의 절반인 4GW의 전기만 수도권에 전송할 수 있게 된다.
하남시는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안 불허 주요 사유로 '전자파에 따른 건강 위해 우려' 등 지역 주민 반대를 들었다.
이에 한전은 "기존 시설 옥내화로 환경이 개선되고, 증설할 설비는 전자파 문제가 없는 HVDC 설비"라고 주장한다.
서철수 부사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의제기와 행정소송 등 가능한 모든 절차를 검토해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안 불허 결정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해도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어 한전이 승소하더라도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완공은 애초 계획된 2026년보다 상당 기간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