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홀인원(hole-in-one)'은 단 한 번의 샷으로 공이 홀에 들어가는 것을 뜻하는 골프 용어다. 성공하는 골퍼가 매우 드물어 홀인원을 하면 축하만찬 등을 대접하는 게 관례라고 한다. 이른바 '홀인원 비용'을 보전해 주는 보험상품도 있다.
허위 영수증으로 이같은 보험금을 받으려던 보험 설계사의 등록을 취소한 금융위원회 처분은 적법하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최근 보험설계가 A씨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설계사 등록을 취소한 처분을 없던 일로 해달라며'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보험설계사였던 A씨는 2011년과 2014년 보험을 들었다. 골프 경기를 하다 홀인원에 성공하면 한 달 동안 기념품 구입과 축하 만찬 등에 쓴, 이른바 '홀인원 비용'을 500만원 한도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후 A씨는 2014년 11월 3일 충북의 한 골프장에서 홀인원에 성공했다. 그는 다음 날 골프용품점에서 50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해당 영수증을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금 500만원을 청구했다. 영수증만 받고 결제는 곧바로 취소했다.
A씨는 "매번 '홀인원 비용' 영수증을 첨부해 보험사에 제출하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졌고, 어차피 500만원 이상은 지출할 것이라고 여겼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홀인원 성공 이후 약 한 달간 A씨는 축하 만찬 등의 비용으로 총 866만원을 썼다.
하지만 A씨는 2019년 10월 이 사건과 관련해 사기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고, 보험금 454만원을 보험사에 반환하게 된다. 검찰에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4년 뒤 A씨의 금융위원회가 보험업법을 들어 A씨의 보험설계사 등록 취소처분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A씨는 보험 설계사로 일할 수 없게 되자 소송에 나섰다.
A씨는 실제로 보험금을 초과하는 8백여만원을 지출해 계획적 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수 인증 설계사로 인정받은 A씨의 설계사 등록이 취소면 되레 고객들이 피해를 본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보험사기 행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든 보험은 홀인원으로 인한 축하 비용 등 '실제로 부담한 금액'을 '약관에서 정한 증빙자료에 의해 확인됐을 때'만 보험금이 지급되는 실손보험"이라며 "결제 취소된 허위 영수증을 제출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건 보험회사를 속이는 행위"라고 명시했다.
이어 "원고 주장대로 이후에 홀인원 비용으로 500만원을 초과해서 지출했다 하더라도, 홀인원 당일 저녁식사 비용은 12만5천원에 불과하다"며 "이후 지출은 보험사기가 성립한 이후의 사정"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설계사 등록이 취소돼도 2년 뒤 다시 보험설계사 등록이 가능하다는 점도 짚었다.
나아가 재판부는 "보험설계사의 보험사기는 보험제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 보험제도 자체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다"며 "보험설계사의 보험사기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히 제재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