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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 죽어가도 '위기 아니란' 尹…정책실패 인정하라"

보건/의료

    "응급환자 죽어가도 '위기 아니란' 尹…정책실패 인정하라"

    전의교협·응급의학의사회 비대위 공동입장문…"'눈 가린' 정부 대책, 부적절"
    "의료농단 반년 넘기며 전국 응급실들 붕괴 중…응급환자들 길에서 죽어가"
    '진료 원활' 강조한 尹 발언 겨냥…"국민들, 더 이상의 비상진료·희생 원치 않아"
    "현 사태 야기한 정부, 책임자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정책 바로잡아야" 촉구

    추석 연휴 기간을 앞두고 응급실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응급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추석 연휴 기간을 앞두고 응급실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응급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공백 장기화로 '9월 응급실 위기설'이 대두되는 가운데 응급의학과 의사들과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응급의료 파행 현황을 외면하고 있다며, 정책 실패를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1일 '응급의료 위기라는 현실을 부정하는 정부의 안일한 문제인식과 진료대책에 대한 공동입장문'을 내고 "부적절한 응급실 위기관리 대책은 현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무책임한 일방적 정책 강행에 따른 '의료·교육 농단'이 6개월을 넘기며 전국의 응급실들이 굉음을 내고 무너지고 있다"며 "사력을 다해 버텨오던 응급의학 전문의와 배후에서 수술과 치료를 담당하던 소위 필수과 전문의들이 한계를 넘어가면서 건강 이상을 보이고, 현장에서 쓰러져 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진료과마다 전문의 사직 등이 잇따르며 상급종합병원 등의 최종치료 역량이 저하됐고, 응급환자들이 때맞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망 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가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상급종합병원 등의 빈틈을 메워온 2차 의료기관들도 이제는 '한계 초과'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현장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현장은 아무 문제가 없으며, 위기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 인식을 비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 당시 응급실 전문의 부족 등의 문제를 일부 시인하면서도 "비상진료 체계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밝힌 부분을 겨냥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평소보다 응급실 내원 환자가 불어나는 추석 연휴가 되면 '대란'이 벌어질 거란 우려를 두고 "의대 증원을 완강히 거부하는 분들의 주장"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들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응급의료의 큰 위기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정부에선 문만 열고 있으면 정상이라 국민들을 속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들 역시 어떻게든 '셧다운(폐쇄)만 면해보자'는 의도로 민간 의료기관들을 향해 '응급실 문을 열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겁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강원도 소재 한 권역응급의료기관의 경우, 전공의 이탈 후 급증한 업무량을 소수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태임에도 병원 측이 '24시간 근무'를 강압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인력난으로 당장 내달부터 야간은 응급실 운영중단을 결정했는데도, 추석 연휴 기간만은 24시간 가동하도록 의료진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전국 병·의원들에도 공문을 통해 추석연휴 동안 '자발적' 응급실 운영을 권고하고 있다며, 이에 불응할 경우 현장조사·고발에 나서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고 밝혔다. 
     
    응급의학의사회 비대위 등은 이를 두고 응급실 문이 그저 물리적으로 열려 있다고, 환자를 수용·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표면적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이어 "119 강제수용을 실시해 수술이 불가능한 병원에 환자를 내려놓으면 '뺑뺑이'는 없어지겠지만 환자는 사망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안전에 얼마나 (관련 대책이) 도움이 될 것인지는 아무 관심도 없이 단지 '문제없다'는 앵무새 같은 말만 반복하는 대통령실·복지부의 발상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제대로 작동하는 응급의료체계다. 그것을 만드는 게 진정한 의료개혁이고 우리가 함께 달성해야 할 목표"라며 "대통령은 국민들이 지지한다면 비상진료체계를 더 지속할 수 있다고 발언했지만, 국민들은 더 이상의 비상진료나 희생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대위와 전의교협은 "현재 응급실 상황은 매우 심각하며,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며 "많은 국민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이 사태를 야기한 정부는 어리석은 정책의 남발로 국민과 의료진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 사태를 유발한 정책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것 또한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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