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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야간 성인진료 중단' 강원대병원…의사들 "절체절명 위기"

강원

    '응급실 야간 성인진료 중단' 강원대병원…의사들 "절체절명 위기"

    핵심요약

    '강원대병원 응급실' 성인 야간 진료 무기한 중단
    병원 측 "응급실 인력 충원 안되면 해결 어려워"
    암 진단, 건강 휴직 등 의사들 '과도한 업무' 호소
    강원 대학병원 4곳 뿐, 환자 쏠림에 '응급실 뺑뺑이'도 우려
    이서영 강원대병원교수회장 "마음 너무 아파, 절체절명 위기"

    강원대병원 응급실 앞. 구본호 기자강원대병원 응급실 앞. 구본호 기자
    "정말 무책임하게 못하겠다고는 얘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열악한 지방 의료 환경 속에서 강원지역 응급환자들의 생명을 지켜왔던 국립 강원대병원의 응급실 야간 운영마저 중단 결정됐다. '의·정갈등' 사태 장기화에 필수의료 최전선인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지방 병원을 떠났고 남은 의사들은 맡은 환자들을 지키기조차 벅찬 상황에 놓이면서 지방 의료 붕괴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일 강원대병원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운영되던 응급의료센터 성인 야간 진료를 무기한 중단한다.

    응급실 내 총 5명의 전문의 중 2명이 휴직 등으로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3명의 전문의로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추석 연휴와 도내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소아·청소년 응급 진료는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부득이한 결정으로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게 된 것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전문의 충원으로 상황을 조속하게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6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을 위해 수시 채용 공고를 냈지만 수 개월간 인력 충원이 되지 않는 상태며 향후 전망도 회의적인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상황을 계속 봐야 할 것 같은데 결국 응급실에 전문 인력 충원이 되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지난 2월 '의정갈등' 여파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상황에서 이번 응급실 운영 중단은 강원지역 필수의료가 도미노 현상처럼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원대병원 응급실은 이번 사태 이전 운영에 비상이 걸렸을 당시 내과, 신경과, 신경외과, 외과 등 타 과 교수진들이 손을 보태기도 했지만 현재는 전 분야 업무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여력이 없는 처지다.

    심지어 병원 내 면역 질환을 알고 있던 한 교수는 과도한 업무로 건강이 악화돼 암 진단을 받거나 일부 교수들이 건강상의 이유로 휴직하는 상황까지 속출하고 있다.

    응급실 운영 중단에 따른 여파가 강원도 전역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속초의료원이 의료진 이직 등으로 응급실 운영을 일정 기간 중단하기도 했지만 도내 4곳 뿐인 대학병원의 응급실 운영 중단은 처음으로 나머지 병원으로 환자들이 대거 쏠릴 경우 '응급실 뺑뺑이'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원대병원 전경. 강원대병원 제공강원대병원 전경. 강원대병원 제공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응급실 등 필수 응급 의료 운영이 지역 내 당직화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서영 강원대병원 교수회장(신경과 교수)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응급실을 닫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며 "이전에는 응급 수술이나 부득이한 경우 인근 병원에 전원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생명과 직결된 환자들의 진료를 해드리고 싶어도 지역 내 당직 병원을 두는 방식으로 넘어가는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저한테 오랫동안 다니시던 뇌전증 환자분들이 응급실에 오셔도 봐드릴 수 없다. 부모님이 갑자기 아프셔도 응급실에 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무책임하게 응급실까지 못하겠다고, 더 나빠지겠다고 얘기하지 못하겠다. 정말 더 악화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 수 있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탄식했다.

    지방 의료 서비스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이 회장은 "지방 의료, 필수 의료는 이전에도 이직이 잦았고 지방 의료 시스템 개선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도 변화가 필요했던 것은 맞지만 이렇게까지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급격한 변화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건강보험 체계는 돈을 벌어 지방 병원을 유지하기 어렵다. 특수 지방 수가를 별도 지원하는 방식이나 복지 체계 개선 없이는 자유 경쟁에 맡겨서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라며 "별도의 지방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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