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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9개월째 장기화…'응급실·수술실' 진료 차질 깊어져

보건/의료

    의료공백 9개월째 장기화…'응급실·수술실' 진료 차질 깊어져

    '전원(轉院) 대상 외상환자의 40%, 응급 수술·처치 불가 또는 전문 응급의료 필요'
    '상급종합병원 올해 2월~6월 암 수술 환자, 지난해에 비해 16.3% 줄어'
    "환자들, 2차 병원 등 아랫급으로 밀리고 있어"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지난 2월 전공의들이 대거 의료 현장을 이탈하면서 의료 대란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비상진료 체계를 유지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외상환자 전원 사례가 급증하고 암 수술 환자가 감소하는 등 곳곳에서 의료 공백의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월부터 발생한 의료 공백이 9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응급실 진료 차질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권역외상센터에서 외상환자에 대한 응급 수술, 처치를 하지 못하고 전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상환자의 권역외상센터 입원 전 전원(轉院) 대상은 134명이었다. 전원 사유 중 '응급 수술·처치 불가 또는 전문 응급의료를 요한다'는 비중은 41.8%에 달했다.
     
    이 비율은 2019년에는 7.1%, 2020년 11.8%, 2021년 14.3%, 2022년 21.5% 지난해 20.4%였다. 올해 의료 대란으로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충북대, 원광대, 아주대, 의정부성모병원은 전원 환자 모두가 이같은 사유였다. 국립중앙의료원(91.7%), 가천대길병원(83.3%), 목포한국병원(50%), 제주한라병원(50%)의 경우도 50% 이상이었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탓에 의료 현장에서는 과부하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대거 의료 현장을 이탈한 뒤 응급실을 메우기가 벅차다는 것이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뒤 사정이 좋지 않은 병원은 당직 근무도 제대로 설 수 없을 상황이었다"며 "최대한 환자를 받고 있지만, 의료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KTAS(한국형 응급환자 분류 체계)상 심각한 1~2단계 환자는 모두 받을 수 있었는데, (전공의 이탈 이후) 그조차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상급종합병원은 '급성기'를 지나 '고착기'에 접어든 상황"이라며 "환자들이 2차 병원 등 아랫급으로 밀리고 있어 (2차 병원급들은) 터져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급 환자 숫자는 전국적으로 30%가 줄었지만, (의료 현장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라며 "병원들이 '할 수 있을 만큼'만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의료 대란의 여파는 응급실뿐 아니라 수술실에도 미쳤다. 국회 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전국 상급종합병원에서 암으로 수술받은 환자 수는 5만724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8425명)보다 1만1181명(16.3%) 감소했다.

    특히 1만1181명 중 75%(8392명)는 암 환자들이 많이 찾는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세브란스병원)에 집중됐다. 이들 병원에서 이 기간에 암 수술을 한 환자는 2만53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8924명)보다 약 30% 감소했다.

    의료계에서는 암 수술 등 중증 환자에 대한 진료가 약화했다며 우려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심장 수술이나 장기이식 수술 등 중증 환자의 진료는 지금까지 비상사태"라고 밝혔다. 

    이어 "산부인과,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소위 필수과의 경우 본인 전공과목을 진료하지 않는 비율이 38.7%에 이르고, 정부의 의료 개혁 추진 이후 모든 과에서 신규 전문의 배출이 중단되었으며, 필수과 전공 의향도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의료 대란의 여파를 인정하면서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응급실 뺑뺑이' 지적에 대해 "권역응급의료센터 인원 중 약 30%가 빠져나갔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지난 2월 20일부터 시행 중인 월 2085억원 규모의 비상진료체계 건강보험 지원을 비상진료 '심각 단계'가 해지될 때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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