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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非협조' 텔레그램 첫 내사…'딥페이크' 방조 혐의

사건/사고

    경찰, '수사 非협조' 텔레그램 첫 내사…'딥페이크' 방조 혐의

    경찰, 텔레그램 법인 상대로 첫 내사 착수
    경찰청장 "방조 혐의로 보안 메신저 수사 검토"
    국수본부장 "국제사회 공조해 방법 찾겠다"
    지난주 88건 신고돼…피의자 24명 특정

    연합뉴스.연합뉴스.딥페이크 성범죄물의 대표적인 유통 경로인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의 법인에 대해 경찰이 처음으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성범죄물 방조 혐의가 있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일각에선 상징적 조치에 불과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지만, 보안성을 앞세워 수사에 비협조적인 해당 메신저에 대한 강경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범죄 의심 계정에 대한 정보 요구에 텔레그램측이 사실상 무응답으로 일관해왔고, 국제사회에서도 규제 필요성이 부각된 만큼 경찰 지휘부에서도 강한 수사 의지가 읽힌다.
     

    보안성 앞세워 수사 비협조…경찰, 텔레그램 법인 첫 내사


    최근 프랑스에서 텔레그램 창업자가 체포된 가운데 한국 경찰도 텔레그램이 딥페이크 성범죄물 유포를 방조한 혐의에 대한 기초 자료 수집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우종수 본부장은 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주 서울경찰청은 텔레그램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며 "최근 텔레그램 개발자를 체포한 프랑스 수사당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제기구들과 공조해서 텔레그램 수사를 개선할 방법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 당국은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를 지난달 24일 파리에서 체포하고 온라인 성범죄, 마약 유통 등 각종 범죄를 방조·공모한 혐의로 예비기소했다. 프랑스 검찰은 미성년자 성 착취물과 관련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텔레그램에 용의자의 신원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응답하지 않자 지난 3월 두로프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텔레그램 메시지는 송신 즉시 암호화되는 등 보안과 익명성이 높지만, 오히려 이 부분이 악용돼 불법합성물이 유통되는 주요 경로가 돼왔다. 텔레그램 대화방을 '폭파(폐쇄)'함으로써 손쉽게 증거인멸도 가능해 최근까지도 이른바 '딥페이크 공유방'들이 생성됐다가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화방이 폐쇄돼도 관련 데이터가 서버에 남아있을 수 있어 텔레그램의 수사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텔레그램 측은 전 세계 수사기관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한다. 과거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당시에도 경찰은 텔레그램에 여러 번 수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문제가 되는 자료 삭제에만 제한적으로 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텔레그램은 아동 성착취나 마약 범죄 등 불법 행위에 사용된 이용자의 계정 정보 공유 관련 수사 기관의 요청에 사실상 응답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피의자 특정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로 꼽힌다. 딥페이크 수사 경험이 있는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하려면 텔레그램에 불법 합성물을 유포한 사용자의 명의 등 기본적인 프로필 정보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대화방이 폭파되면) 단서를 찾을 수 있는 채증 자체가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여대 김명주 정보보호학부 교수는 "텔레그램 클라우드가 전 세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고, 클라우드에 저장할 때도 암호화 시켜서 비밀키가 필요한데 그 비밀키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다"며 "(텔레그램 측에서) '자료가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 모른다', '자료를 압수하려면 자료가 저장된 그 나라 정부의 허가를 받으라'고 해버리니까 수사가 진전이 안 된다"고 했다.

    조지호 경찰청장도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 검거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이유를 묻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가장 큰 문제는 보안 메신저"라며 "보안 메신저에 대해 직접적으로 방조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경 대응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텔레그램 수사 까다로운데…경찰, 전담 수사인력은 131명


        불법합성물·촬영물 온라인 유포나 아동 성착취물 제작·배포·소지 등 사이버 성폭력 사건은 대부분 텔레그램 등을 통해 발생하고 있어 위장수사·국제공조 등을 통한 피의자 특정·검거에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특히 증거 확보와 분석, 피의자 추적·검거, 압수수색·포렌식 등 수사 과정 전반에 팀 전체를 투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은 올해부터 일선 경찰서에서 사이버수사팀과 경제팀을 합친 통합수사팀을 운영하고 사이버성폭력 사건은 피해자 진술 청취 같은 초동 조치 이후 시·도 경찰청에 넘기도록 수사 체계를 바꿨다.

    문제는 딥페이크 성범죄는 매년 증가 추세지만, 전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인력은 131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전문 수사 인력 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인력은 모두 131명(26개 팀)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팀 규모가 21명(4개 팀)으로 가장 컸다. 이어 서울(20명), 경기북부(11명), 부산·대구(10명), 인천·광주·대전·울산·충북·전북·전남·경북·경남(5명), 강원·충남·제주(4명), 세종(2명) 순이다.

    경찰청 집계 자료에 따르면, 허위영상물 관련 범죄 발생 건수는 올해 들어 7월 기준 297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엔 156건, 2022년 160건, 2023년 180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이런 녹록치 않은 환경 속에서도 특별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는 경찰은 지난달 26~29일 나흘간 88건의 딥페이크 성범죄 신고를 받아 이 가운데 24명의 피의자를 특정했다. 국수본 관계자는 "1월부터 7월까지 한 주당 평균 9.5건의 신고가 접수된 점을 고려하면 지난주에만 (신고 건수가) 10배가량 늘었다"고 했다.

    경찰은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자동 생성하는 텔레그램 프로그램(봇) 8개도 조사하는 등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사건을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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