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도로를 가득 메운 시위대. 연합뉴스하마스에 납치됐던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숨진 채 발견되자 이스라엘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1일(현지시간) 저녁 70만 명에 이르는 시위 참석자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즉각 휴전에 나설 것을 촉구했고,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서면서 항공기 운항에도 차질을 빚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최대 노조 파업 동참…정권 내 갈등 심화
이스라엘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은 미국 CNN 방송에 적어도 70만명이 시위에 나섰고, 수도 텔아비브에서만 55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들은 시위 규모가 텔아비브에서 약 30만명, 전국적으로 50만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다.
현재 남아있는 인질은 90여 명, 살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60여 명을 즉각 귀환시켜야 한다는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위대 중 일부는 총리 집무실 앞에 집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피살의 책임을 지고 사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앞서 납치됐던 인질 6명은 지난달 3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한 땅굴에서 숨진 채 이스라엘군에 발견됐다. 부검 결과 이들 머리와 다른 신체 부위에 총상이 있었으며 이들은 군에 발견되기 약 48시간 전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이스라엘 인질 6명의 생전 모습을 2일 공개했다. 알카삼여단 텔레그램회원 수가 80만 명에 이르는 이스라엘 최대 노조 히스타드루트(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 등 운송, 유통, 행정 등 분야 주요 노동단체 역시 총파업에 동참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국기와 인질 석방의 의미를 담은 노란색 깃발, '죽음의 정부에 반대한다'고 쓰인 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노조는 2일 오전 8시부터 공항 운영을 중단했다. 아울러 여러 버스회사와 텔아비브·예루살렘 경전철 운영사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대중교통 이용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유치원이 문을 닫았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수업이 오전으로 단축됐다.
휴전 여론이 높아지면서 극우 연정으로 구성된 네타냐후 정권 내부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갈란트 장관은 1일 내각회의에서 "나는 부상자를 홀로 남겨두지 않는다고 배웠다. 이건 도덕적 수치다"라며 "인질이 살아있기를 바란다면 시간이 없다"고 경고했다. 반면 정권 내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인질 석방을 위한 총파업에 대해 "하마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법무부에 긴급 가처분을 신청했다.
하마스, 인질 추가 살해 위협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억류 중인 인질에 대해 추가 살해를 위협하며 이스라엘에 휴전 협상을 압박했다.
하마스의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은 이날 성명에서 "점령군(이스라엘군)이 구금 장소에 접근할 경우 인질 처리에 대한 새로운 지침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어 "네타냐후가 협상을 성사시키지 않고 군사적 압박으로 이들을 풀려나게 하겠다고 주장한다면 이들이 관 속에 갇혀 가족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앞서 하마스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골드버그-폴린(23)과 카멜 가트(40), 에덴 예루살미(24), 알렉산더 로바노프(33), 알모그 사루시(27), 오리 다니노(25) 등 인질들이 이름 등을 밝히는 모습이 담긴 45초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하마스가 2일 공개한 이스라엘 인질 에덴 예루살미의 생전 모습. 알카삼여단 텔레그램 하마스가 영상 공개 직후 추가로 공개한 2분 남짓 길이의 영상에서 예루살미는 "우리는 고통받고 있다, 폭격이 멈추지 않고 있으며 우리는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며 "네타냐후와 이스라엘 정부는 당장 우리가 풀려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라"고 호소했다.
예루살미는 또 "네타냐후는 길라드 샬리트의 석방을 위해 팔레스타인인 1천명을 풀어주지 않았나"라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는 그만한 가치가 없나"라고도 말했다.
이는 2011년 당시에도 총리였던 네타냐후가 하마스에 억류 중이던 이스라엘군 길라드 샬리트 상병과 팔레스타인 재소자 1027명을 교환하는 합의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