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진료 중단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으로 환자와 보호자가 지나가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강원대병원과 이대목동병원, 세종충남병원에 군의관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황진환 기자전공의 집단사직 등 의·정갈등이 촉발된 올해 2월부터 최근까지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에 "병원을 찾아달라"는 구급대원들의 요청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 응급실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구급대가 요청하면 환자가 이송될 병원을 선정하는 구급상황관리센터에 관련 문의가 폭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이송병원 선정 건수는 총 1197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19건)과 비교해 131% 증가한 수치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의 월별 일평균 이송병원 선정 건수 관련 표. 양부남 의원실 제공구체적으로 월별 이송병원 선정 건수를 살펴보면 2023년엔 △2월 68건 △3월 69건 △4월 65건 △5월 64건 △6월 61건 △7월 85건 △8월(25일까지) 107건이었다.
반면 2024년엔 △2월 118건 △3월 163건 △4월 162건 △5월 174건 △6월 174건 △7월 182건 △8월(25일까지) 224건으로 1년 전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였다.
같은 기간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업무별 비중에서 '이송 병원 선정'의 비중은 4.1%로, 지난해 같은 기간(1.8%)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업무별 비중에서 '대국민 병·의원 안내'의 비중도 41.8%에서 44%로 높아졌다.
구급상황관리센터는 구급대의 요청을 받으면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해 중증·응급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나 대형병원으로, 경증·비응급환자는 지역 응급의료기관이나 인근 병·의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병원을 선정하는 기관이다.
보통 119구급대원은 구급상황관리센터에 요청하기 전에 직접 병원에 연락해 응급실의 빈자리를 확인한다. 하지만 의료공백 사태로 인해 환자 수용이 가능하다고 답하는 응급실을 쉽게 찾지 못하면서 구급상황관리센터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일부 구급대원들은 병원 응급실의 환자 수용 거부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서울에서 구급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최근 병원이 '새로운 환자는 받지 않는다', '병상이 없다' 등의 이유를 들며 환자를 잘 받아주지 않아 현장에서 큰 혼란이 생기고 있다"며 "환자는 고통을 호소하는데 받아줄 병원이 없어 전화기만 붙드는 시간이 길어질 때마다 너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구급차로 호송된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은 119신고가 늘어나는 추석 연휴 기간에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20~2022년 3년간 추석 연휴 전국에서 들어온 119 신고 건수는 일평균 4만 2731건이었다. 최근 3년간 전체 통계를 놓고 봤을 때 평소 하루 평균 신고 3만 2753건보다 1만 건 가량 많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