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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입 한다더니 은행 자율…오락가락 가계대출 정책 논란

경제 일반

    개입 한다더니 은행 자율…오락가락 가계대출 정책 논란

    CBS 박지환의 뉴스톡

    ■ 방송 : CBS 라디오 '박지환의 뉴스톡'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박지환 앵커
    ■ 패널 : 정다운 기자

    금융당국 가계대출 관리 주문 번복에 업계 혼란
    김병환 "은행 자율에 맡겨야"…은행 방패 삼나 비판도


    [앵커]
    폭증하는 가계대출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연일 어려운 주문을 쏟아내면서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누르되 실수요자는 잘 선별해서 대출을 내주라는 건데요. 당국의 말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 은행들이 연일 대출규제를 바꾸면서 소비자 혼란은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부 정다운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요즘 대출 받으려는 분들 불안감이 상당하거든요. 오늘 기준으로 문턱이 얼마나 높아져 있는건가요?

    [기자]
    일단 세대원이 주택을 한 채라도 소유하고 있다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추가로 집을 구매하기 위한 대출은 어렵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1주택자부터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확 조인 상황인데요.

    이달 1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카카오뱅크, 삼성생명, 그리고 어제는 KB국민은행과 케이뱅크에서도 같은 정책이 나왔습니다. 이사를 앞두고 있다거나 기존 보유 주택을 처분하겠다는 게 서류로 증명이 되면 대출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유주택자에겐 대출을 못내준다는 겁니다.

    이른바 '갭투자'를 노린 전세대출은 진작부터 막힌 상황인데요. 일부 은행은 1주택자에겐 전세대출도 일절 안내주겠다고 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집이 한 채 있고, 지역 대학에 다니는 자녀에게 전셋집을 해줘야 하는 경우는 투기수요도 아닌데 대출이 막혔다는거죠.

    [앵커]
    주택담보 생활안정자금이나 신용대출 문턱도 높아져서 안그래도 어려운 생계가 더 팍팍해졌다는 분들도 많은데요. 은행들이 갑자기 이렇게 대출을 조인 이유가 있었잖아요?

    [기자]
    은행들은 정부 입만 바라보고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은행들이 정부 가계부채 억제 기조에 맞추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금리인상이었습니다. 하반기 미국 금리 인하를 앞두고 시장금리는 떨어지는 상황에서 우리 대출금리만 계속 오르던 상황이었는데요.

    지난달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여기에 한 마디를 합니다.

    "일부 은행들은…사실 금리를 올리면 쉽거든요. 금리를 올리면 은행 입장에선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수요를 누르는 측면이 있으니까 그런데. 저희가 원래 바람은 그런 방식보다는 자기들의 포트폴리오를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를 미리미리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고…."

    [앵커]
    은행에게만 이롭게, 손쉽게 가계부채 관리하지 말라고 딱 잘라 비판한 거네요.

    [기자]
    네 이후에는 또 당국에서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은 내년 대출한도를 깎겠다는 취지로 패널티를 언급합니다. 그런데 이미 8월 21일 기준, 4대 은행만 놓고 봐도 가계대출 잔액이 이미 연내 목표한 금액을 약 5조원 가까이 초과했거든요. 그러니 대출창구를 거의 닫는 수준으로 총량 제한에 나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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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앞서 말씀한 대학생 자녀 전셋집을 못내준다거나, 주택 담보로 결혼 자금 대출 받으려 했더니 한도가 크게 줄어든 사례들이 나오고 있는건데요. 정부는 또 이건 너무 과하다고 지적한거죠?

    [기자]
    네 투기수요만 잡는 게 아니라 실수요자들도 같이 대출이 막혀버린 상황이니까요. 어제 이복현 원장이 대출을 받으려는 차주와 은행 현장 담당자들과 만난 후에 다시 입장을 밝혔는데, 1주택자라고 해서 일률적·기계적으로 대출을 막는 건 지양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가계대출 관리가 좀 늦어지더라도 실수요는 살리고 보자는 거죠.

    [앵커]
    강하게 시장을 압박하더니 결국 다시 내놓은 말은 부동산 투기수요와 실수요를 잘 선별해서 대출을 하라는 거네요. 말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네요.

    [기자]
    맞습니다. 업계에선 금감원장의 오락가락하는 말 때문에 시장 혼란이 더 커졌다는 비판까지 나오고요. 어제 이복현 원장이 예시로 든 게 은행이 심사를 강화하기 전부터 대출신청을 접수했거나 상담을 한 사람이면 예외로 봐도 좋겠다고 언급했는데, 그게 실수요자의 조건인 건지. 도대체 누가 실수요고 누구는 투기수요냐 아예 정의를 내려 달라는 원성도 있습니다.

    오늘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정부의 정리된 입장을 다시 전하겠다면서 급하게 브리핑을 열었는데요.

    "결국 실수요라는 것이 뭔가 정의를 해서 이사람은 실수요고, 이사람은 아니라고 일률적으로 정의하긴 어렵습니다. 대신 개념적으로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집을 사겠다는 건 우선순위가 뒤겠죠. … 현장에서 고객을 가장 잘 아는 은행에서 판단하고 관리해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있고…."

    [앵커]
    결국은 또 은행이 알아서 잘 하라는 건가요?

    [기자]
    가계대출 정책이라는 게 사실 은행들이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은행이야 대출을 많이 내줘서 돈을 벌면 그만인 기업인데, 가계대출 관리는 정부가 우리 경제의 건전성을 위해 시장을 일정 부분 통제하는 것이죠. 그래서 불가피하게 통제를 해야 한다면 더 명확하게 시그널을 주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겉보기엔 은행 자율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사실은 당국의 방패막이 역할을 시키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은행 편들자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앞서 대출금리가 시장금리에 역행해 오르던 시점부터 당국이 더 빠르게 방향정리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고요.

    [앵커]
    오는 10일 이복현 원장이 시중은행장들과 만나는데요. 은행마다 제각각인 대출규제도 좀 정리되고, 실수요자들 숨통이 트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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