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6일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이 거둔 성과와 미래 양국 관계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양국은 제3국 위기 발생 시 자국민 보호를 지원하는 재외국민보호 협력각서를 체결하고, 출입국 간소화 방안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또 우리 정부는 일본 측으로부터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가 담긴 자료 19건을 전달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한 한일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더 밝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 지속될 수 있도록 양측 모두가 전향적인 자세로 함께 노력해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함께 힘을 모은다면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한일 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한일, 한미일 간 협력을 계속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저와 기시다 총리가 쌓아온 양국 협력의 긍정적 모멘텀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기시다 총리와 함께 일궈온 성과들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가장 의미 있는 일이었다"며 "경제와 안보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정부 간 협의체들이 모두 복원됐고, 활발한 소통과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태풍 산산으로 발생한 인명과 재산 피해에 대해 우리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지난해 3월 윤 대통령의 큰 결단 이후 많은 분야에서 양국 간 대화와 협력이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크게 도약한 양국 관계의 과실을 양국 국민이 구체적으로 실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저 자신은 당시 어려운 환경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대단히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것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은 역대 일본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명확히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 1998년에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지난해 5월 방한해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측이 발표한 일제강점기 징용 배상 해법을 언급하며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또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으로 이어지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일 간 긴밀한 협력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열두 번째 만난 尹-기시다 '고별 회담'…'재외국민보호', '출입국 간소화' 협력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기시다 총리는 이달 27일 치러질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하기로 해 총재 선거 뒤에는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취임 후 열두 번째 회담을 가졌으며, 이번이 '고별 회담'이 됐다.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은 재외국민보호 협력각서를 체결했다. 이 각서는 총 8개 항으로 이뤄졌으며, 제3국 위기 발생 시 양국이 자국민 철수를 위한 지원과 협력을 위해 협의하고, 평시에도 위기 절차 훈련에 관한 정보와 모범사례를 공유한다는 등의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협력각서는 작년 4월 수단 쿠데타 발생과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발생 시 한일 양국이 재외국민 긴급 철수를 위해 협력한 사례를 기초로 우리 측이 먼저 한일 간 공조를 제도화하자고 제안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정부는 또 양국 국민간 방문객이 연간 1천만명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해 양 국민이 보다 편리하게 왕래할 수 있도록 한일 간 '출입국 간소화 방안'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전날 일본 측으로부터 우키시마호 승선자 명부가 담긴 자료 19건을 전달받았다. 우키시마호는 1945년 광복 직후 귀국하려는 재일 한국인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한 일본의 해군 수송선으로, 교토 마이즈루항에 기항하려다 선체 밑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침몰한 바 있다.
이번 자료 전달은 2007년 일본이 강제동원군인 군속 관련 자료를 우리 정부에 제공한 이래 17년 만에 강제동원 희생자 문서를 제공한 사례다.
김 차장은 "향후 관계부처를 통해 해당 명부를 면밀히 분석하고, 피해자 구제와 우키시마호 사건의 진상 파악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