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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무혐의…경찰 정치화-여권 분열, 누가 책임지나

국회/정당

    이준석 무혐의…경찰 정치화-여권 분열, 누가 책임지나

    이준석, 가세연 명예훼손 고소했다가 '무고죄' 수사
    경찰, '기소의견' 송치…반면 검찰은 '증거 불충분' 무혐의
    경찰 무리한 수사 배경에는 '윤핵관'…경찰 단계 '노골적 개입' 증언
    총선에서 여권 분열 귀결…이준석 "대통령이 당 대표 몰아낸 사건"
    경찰 내부에서도 "수사가 정치에 이용, 사실 왜곡까지" 비판

    연합뉴스연합뉴스
    '성 접대'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고소했다가 무고(誣告) 혐의로 고발당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초선, 경기 화성을)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의 '기소 의견' 송치와는 배치되는 결과다. 이로써 해당 의혹에서 비롯된 이 의원 관련 형사 사건은 모두 무혐의로 종결됐다. 최초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로부터 의혹이 제기된 지 약 2년 10개월여 만이다.

    부작용은 크게 남았다. 그 사이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 의원은 해당 의혹 관련 사안으로 징계를 받아 대표직에서 사실상 쫓겨났다. 대선·지선을 모두 승리로 이끈 당 대표였지만, 유튜브 채널의 의혹 제기만으로 '축출'된 셈이었다. 그 배경으로 여권 실세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지목돼 왔는데, 이후 이들이 득세하자 결국 이 의원은 탈당해 신당을 차려 국회에 입성했다. 여권은 분열했고,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일련의 과정을 놓고 "정치가 경찰을 통해 수사를 수단으로 동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사 과정에서 정치권의 직접적인 압박이 있었다"는 증언도 있다. 무고의 경우 경찰은 이 의원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넘겼지만, 검찰은 추가 수사를 했음에도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경찰 내부에선 "정치권이 경찰 조직을 망가뜨린 사례"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경찰 "혐의 인정" 판단 뒤집은 검찰, "증거 불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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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지난 5일 이 의원의 무고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다수의 사건 관계자를 조사하는 등 보완 수사한 결과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2021년 12월 가세연은 이 의원이 아이카이스트 김성진 대표로부터 2013년 두 차례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가세연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김 대표 측 강신업 변호사가 "성 접대를 받았음에도 허위로 가세연을 고소했다"며 무고 혐의로 이 의원을 고발했다. 강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건희 사랑'의 회장이기도 하다.

    수사에 착수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접대 현장에 있었던 종업원과 술값 계산서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끝에 최소 한 차례의 성접대는 받았다고 보고, 이를 전제로 이 의원의 무고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경찰과는 달랐다.

    이를 두고 당시 경찰이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등 혐의 입증이 불확실함에도 무리해서 송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총경급 경찰 관계자는 "이 의원의 무고가 인정되려면 '이 의원이 허위사실을 만들어내서 가세연을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고소했다'는 것이 인정돼야 한다"며 "하지만 애초 이 의원의 고소 근거인 가세연의 행위는 허위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실제 존재했던 것이라 법리적으로도 성립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고 사건의 경우 이 의원이 성 접대를 받았느냐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애초 송치 자체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주 간단한 문제임에도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자꾸 경찰 수사를 이용하려고 하니까 복잡해지는 것"이라며 "수사기관이 실체적 진실을 판단할 수 있는 곳으로 인정 받아야 하는데, 자꾸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면서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리한 수사 배경에 '윤핵관'?…"'윗선' 넘어선 정치권의 노골적 압박"

    경찰의 무리한 수사 배경에는 여권 실세인 '윤핵관'이 거론된다.

    수사 당시의 정치적 맥락을 되짚어보면, 이 의혹으로 인해 초유의 당 대표 징계라는 결정을 내린 당 윤리위의 판단과 그 직후 출범된 '정진석 비대위', 그리고 실시된 조기 전당대회가 이어졌다. 일사분란했던 일련의 조치에 대해 명분을 강화하기 위해선 구실이 될 경찰 수사 결과가 퍼즐의 한 조각처럼 절실한 상황이었다. 추후 재판에서 유무죄 가능성에 대한 고심보다 당시 국면을 돌파할 '수사기관의 기소 의견'이 필요했던 셈이다.

    더군다나 당시 경찰 내부에서는 여권 실세인 윤핵관들이 경찰에 직접 접촉까지 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들이 모인 사석에선 공공연하게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특정 국회의원의 실명이 오르내렸다. 단순히 '경찰 윗선'을 넘어 정치권의 노골적인 압박이 존재했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권성동 의원. 연합뉴스권성동 의원. 연합뉴스
    특히 당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윤심'(尹心)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다"고 언급하며 이른바 '체리따봉' 이모티콘을 함께 보낸 사실이 캡쳐 사진을 통해 나돌았었다.

    실제 김광호 당시 서울청장이 취임 직후 수사 부서들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 의원 수사 책임자인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에게 "왜 이준석 사건은 압수수색이나 소환 조사를 하지 않았느냐", "유튜브에서는 죄가 된다던데 법리 검토는 제대로 한 것이 맞느냐"는 취지로 공개 질책 및 수사 독려성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김 서울청장은 차기 경찰청장 자리를 놓고 내부에서 경쟁하고 있을 때였다. 다만 그는 "다른 사건도 함께 거론했다"며 적체된 사건을 빨리 해결하고 인지수사능력을 높이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의원이 대표직에서 물러나자 친윤(친윤석열)의 지지를 업어 김기현 당 대표가 당선됐다. 하지만 지지율 고전 끝에 총선 직전 사퇴했고, 급하게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총선을 치렀음에도 참패 끝에 최악의 '여소야대' 국회가 탄생했다. 반면 이 의원은 개혁신당을 창당, 경기 화성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채널A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무수히 많은 당 대표들 내쫓겠다고 난리 치고 전당대회에 개입했다"며 "단순히 하나의 형사적인 다툼으로 볼 게 아니라 대통령이 대선과 지선 이후에 결국에는 당 대표를 몰아내려고 했던 것"이라고 본인 사건의 성격을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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