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밤 굳게 닫힌 강원대병원 응급의료센터 문 앞. 구본호 기자.강원대학교병원이 파견 군의관들의 부대 복귀 및 대체 인력 보강을 요청하는 공식 입장을 강원도에 전달한 가운데 의료 공백과 현장의 혼선은 가중되고 있다.
11일 강원도 등에 따르면 강원대병원은 전날 전문의 자격을 보유한 군의관 6명을 대상으로 세 차례 면담을 실시한 결과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파견 철회와 대체 인력을 요청하는 공문을 강원도에 보냈다.
해당 군의관들이 진료 부담과 법적 책임 문제 등 여러 우려를 나타내면서 근무가 어렵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강원대병원은 지난 4일 5명, 9일 1명 등 총 6명의 군의관이 파견 됐으나 현재 출근만 하고 있을 뿐 별다른 의료 업무는 맡고 있지 않다.
대체 방안으로 군의관들을 병동에 배치해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이마저도 어렵다고 봤다.
강원대병원장과 부병원장 등 병원 책임자들은 지난 9일 대통령실 1급 비서관 등이 응급의료 현장 점검을 위해 병원을 찾았을 당시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우려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강원대학교 병원 전경. 강원대병원 제공.병원의 공문을 접수받은 강원도 측은 지자체 차원에서 별다른 해결 방법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등 의료인력 파견의 경우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국방부 등 관계기관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 이후 지자체에 배정 인력을 통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중수본에 파견 명단이 통보되면 강원도는 각 의료기관에 전달만 하는 입장"이라며 "지자체는 권한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강원대병원 측이 보낸 공문을 중수본에 전달했으며 현재 파견 군의관들의 복귀 결정이나 추가 배치가 예정된 의료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추석 연휴를 앞둔 강원대병원은 응급실 진료 과부하를 우려하고 있다.
병원 측 관계자는 "(군의관들이) 전혀 도움이 되는 부분이 없다"며 "응급실 운영은 기존 인력대로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개원 이래 처음 성인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 강원대병원은 추석 연휴 전문의 3명으로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다.
도내 4곳 뿐인 대학병원 중 1곳의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추석 연휴 중증 응급 환자들이 나머지 병원들로 몰릴 경우 의료 대란은 물론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도청 전경. 강원도 제공.이 같은 우려에 강원도는 이날부터 25일까지를 '추석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으로 정하고 응급의료 대책 마련에 나선다.
'강원특별자치도 비상의료관리 상황반'을 설치해 응급의료 상황관리, 의료체계 점검 및 도내 응급의료 관련 동향을 매일 점검하는 등 연휴기간 전후 비상응급 대응 체계를 총괄 중점 관리한다.
도내 27개 응급의료기관에 도 및 시군 전담책임관(총 52명)을 지정하고 핫라인을 통해 현장상황에 신속히 대응하도록 했다.
또 비상응급 대응 중요도를 고려해 대형병원 4곳으로 도 소속 팀장과 시·군 과장을 책임관으로 추가 배치했다.